레이먼드 카버(고영범 옮김)
정신이 잠들지 못한다, 기껏해야 누워 있기나 할 뿐
속은 뒤틀리고 깨어 있는 채로, 마지막 공격처럼
몰아닥치는 눈소리를 들으면서.
정신은 희망한다 체호프가 이 자리에 있어서 뭐라도
처방해줬으면-발레리안 진정제 세 방울, 장미수
한 컵-아무거라도.
정신은 여길 나가서 눈 속으로
가고 싶어한다. 털 많은 짐승 무리와 함께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고 싶어한다.
달빛 아래서, 눈밭을 가로질러, 발자국도 다른
흔적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정신이 오늘밤 앓고 있다.
…
20세기 후반 미국 단편소설을 대표하는 카버의 시. 필자의 현재를 이 시가 너무 잘 보여주고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현대인의 정신은 수많은 틀 속에 갇힌 채 어떤 의무의 중압에 의해 짓눌려 있다. 하여 불면으로 “누워 있기나 할 뿐”인 현대인의 우울한 정신은 “여길 나가” 야생의 눈밭으로 들어가 짐승과 함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고 싶”은 욕망으로 뒤척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