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새의 육추 장면을 찍는 중이란다. 육추란 말 그대로 `새끼를 기르는 것`이다. 조류의 경우 그것은 어버이새가 새끼새를 위해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을 말한다. 호반새는 관심이 필요한 등급에 해당하는 귀한 새로, 그 화려한 자태 때문에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궁금해 하는 불청객을 위해 사진가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찍은 호반새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단단하고 큰 부리부터 온통 주황빛인 호반새의 순간 포착 파노라마는 황홀경 그 자체였다.
그들의 권유로 부모새가 둥지로 날아왔다 사라지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순식간이라 눈으로는 그 움직임의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카메라에 찍힌 어미 호반새는 살찐 비단개구리를 입에 물고 있었다. 찰나의 손맛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해 사진가들은 조류 사진 찍기에 매료되나 보다. 새를 찍는 것은 돈이 생기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날랜 새들을 순간 포착하는데서 작은 기쁨을 누릴 뿐이다. `새 관찰자`들은 그 단순한 자족을 위해 며칠씩 야영하는 수고를 감내한다. 그들에겐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자유의 시간이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자연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먹이를 물어오고 받아먹는 새들의 입은 정직하다. 새를 찍는 그들은 그 자연에서 온갖 우주의 법칙을 발견한다. 일견 무의미하게 보이는 기다림의 짜릿한 미학, 육추의 순간을 포착하고 난 뒤의 저릿한 마음, 이런 숭고한 향연은 잠시나마 인간의 못된 분별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