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에서의 그녀의 메시지를 내 식으로 환원하면 이렇다. 장미와 백합향이 향기롭다고 그것만을 삶의 가치로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 시궁창 냄새나 쓰레기장 냄새도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다. 평화로운 질서, 안온한 일상, 보장되는 미래 - 전통적 가치관과 건전한 윤리관에 충실한 젊은 부부는 이런 가정을 꿈꾼다. 하지만 다섯째 아이인 `벤`이 태어나면서 그들의 신화는 무참히 부서진다. 가는 몸에 부서질 것 같은 사지, 거대한 머리에 툭 튀어나온 눈. 괴물 같고 벌레 같은 외형에다 성격마저 괴팍한 벤은 중산층 삶에 대한 거리낄 것 없는 로망을 가졌던 부부를 순식간에 나락으로 몰아넣는다.
행복의 기별로 가득했던 집안은 불행의 기운이 점령하고 만다. 파괴와 증오, 공포와 침울의 대상이 된 벤을 버려야 할 것인가. 가족의 평화와 안위를 위해, 그들이 꿈꿨던 이상향이란 그림을 위해 또 다른 가족인 벤을 포기할 것인가. 해결 난망의 숙제이지만 도리스 레싱의 전언은 분명하다. 벤이란 상징을 통해 우리 스스로 믿고 있는 가치나 기준이란 게 얼마나 헛된 것이며 무너지기 쉬운가를 보여준다.
관계 또는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바늘 끝 같은 감각으로 감지해낸 도리스 레싱의 철학이 `투 마더스`에 와서는 어떻게 변주되는지 궁금하다.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적 시각의 영화라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쌍방 친구 아들들과의 로맨스라니 막장 드라마로 빠질까 우려도 된다. 하지만 `다섯째 아이`에서의 도리스 레싱을 기억하는 감독이라면 뭔가 선명한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 애쓰지 않았을까. 작가의 기가 전해질지 기대 중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