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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 노동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0-28 02:01 게재일 2013-10-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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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이야말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영향을 받는다. 일할 뜻이 있는 자는 많은데 일할 곳은 한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넘치니 노동 가치는 당연히 떨어진다. 정책적으로 아무리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한다 해도 노동 시장 구조 상 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자리 프로그램 과정을 마쳤다고 바로 원하는 곳에서 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절실한 그들이 궁여지책으로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일단`봉사자`로 관련 일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유급 노동을 원하지만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니 봉사자 또는 재능 기부자 신분으로 일을 시작하며 후일을 도모한다. 봉사하다 보면 원하는 일자리가 주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그들을 천사표 노동현장으로 내몬다. 운이 좋아 일거리를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일자리 얻기를 위한, 어찌 보면 불순한 동기의 봉사였기 때문에 그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도 깊다.

봉사라는 말에는 `타자를 향한 자발적 희생 의지`가 포함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생계유지나 현실적 필요에 의해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봉사가 그 일차적 목적이 될 수가 없다. 생업이 우선 목표이다. 그들에겐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을 미덕보다 돌봐야 할 가족을 위해 자신의 노동 가치를 보상해줄 사회가 더 절실하다. 어느 누구도 순수한 봉사를 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

애석하게도 노동 공급이 넘치는 현실이다 보니 이름도 고상한 다양한 형태의 무급 노동이 넘쳐난다. 스펙과 경험을 쌓는다는 명분하의 일반 회사 무급 인턴사원에서부터 시민단체나 공익기관에서 일하는 무급 봉사자들, 나아가 개인적 차원의 관련 직종 무급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지난한 근로가 사용자들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대체될 수 있는 또 다른 노동인력이 기다리고 있는 한 허울 좋은 노동 울력은 계속될 것이다. 절절하게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직간접적인 무급 노동의 세계로 불러들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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