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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그들 편에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1-12 02:01 게재일 2013-11-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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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겸손하기는 어렵다. 영웅이란 말 속에는 약간은 거만해도 용서되는 것 같은 어감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일수록 겸손하고 낮아지는 법이다. 가령 핫이슈 인물 중의 하나인 `곽은경`같은 사람이 그런 깨침을 주는 대표적인 인물이 되어 줄 것이다.

그녀는 국제 NGO 활동가이다. 25년간이나 열악하고 소외된 세계 현장에서 일해 왔다. 아비규환이 넘치는 곳,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나 인도의 달리트(불가촉천민) 지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격리 지구 등이 그가 몸담아온 일터였다. 열악하고 형편없는 그런 곳에서 그녀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인권 유린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왔다. 운명처럼 묵묵히 국제연대활동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녀의 치열한 현장 기록인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곽은경·백창화, 남해의봄날)를 펼치면 그녀 삶의 훌륭한 이력 때문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그녀의 겸양 때문에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다. 세계 비극의 절정지를 향해 있으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일이 영웅담으로 비칠까 저어한다. 그녀를 이끄는 정서는 자긍이나 의협심 같은 것보다 부끄러움이나 인간적인 절망감에 더 가깝다. 제 상황 앞에서 온몸으로 절규하는 그녀에게서는 물러섬 없는 진정성이 배어 난다. 약자를 위한 그녀의 몸과 입은 소통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부지런히 진격에 진격을 한다.

인권과 평화를 말하는 그녀 이야기가 남다른 감동을 주는 건 우정으로 빛나는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 삶을 전적으로 응원하는 친구이자 작가 한 명이 책 속에 등장하는데 바로 백창화 작가이다. 젊은 날 같은 꿈을 꿨지만 한 명은 해외에, 한 명은 한국에 남아 각자의 행보를 만들어 갔다. 각각 특별한 삶에 동조하고 소박한 삶을 그리워하는 그들의 우정을 보면서 산다는 것의 신성함에 대해 자꾸만 되새김질하게 된다. 제 가치관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실천하는 것, 그 겸양이 세상을 움직이는 올곧은 힘이란 걸 알게 되는 것이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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