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실천하지 않는 욕망은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2-27 02:01 게재일 2013-12-27 19면
스크랩버튼
누구나 욕망한다, 그 무엇을. 하지만 아무나 그것을 위해 실천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개인 견해를 밝히자면 실천을 방해하는 두 요인은 단연코 `의지박약`과 `의기소침`이다. 심지어 그 둘을 극복할 자신이 없으니 그것에다 겨울 담요 같은 포근한 자기합리화까지도 부여한다. 나만 이러는 게 아닐 거야. 다른 사람들도 이 겨울 지날 때까지는 그냥 빈둥거릴 거야. 당연히 그런 생각은 오산이다. 세상은 넓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은 신나게 달린다. 의지박약이나 의기소침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신뢰하고 제 미래를 확신한다. 머뭇거리며 시도하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보다, 재지 않고 저질렀을 때의 성취감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자기긍정과 자기 확신, 그 대척점에 있는 의지박약과 의기소침. 이 모든 것은 습관의 산물이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사람일수록 전자의 신념을 행동으로 축적한다. 자연스레 성과도 높고 만족감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불투명한 동기부여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자일수록 후자에 얽매여 시간만 낭비한다. 내게 재능이 있을까. 난 왜 이 정도밖에 안되지. 이런 쓸 데 없는 고민으로 스스로를 옭아맨다. 자신을 너무 잘 아는 게 무기가 되어 스스로를 찌른다.

자고로 장기판이나 바둑판에서는 구경꾼이 판을 더 잘 읽는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은 구경꾼을 의식하지 않는다. 판을 아무리 잘 읽는다 해도 구경꾼은 구경꾼일 뿐이니까. 하지만 자기연민에 갇힌 사람들은 스스로 구경꾼이 되어 버린다. 주관적 당사자이자 객관적 관찰자의 역할 그 둘을 감당하자니 힘겨울 수밖에 없다. 주관적 뚝심으로 제 욕망을 밀고 나가기보다 객관적 공정성을 스스로에게 먼저 묻게 된다. 욕망이 답보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욕망하는 자는 겸손하기 보다는 뻔뻔할 지어다. 스피노자의 통렬한 한 마디 -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그걸 하기 싫다고 되뇌는 것과 같다.”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욕망하기 때문에 번민하는 이 아이러니한 삶!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