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 `뻥튀기 가격`에 성난 소비자들 브랜드제품 직접 구매 바람<bR>압수 등 반입불가 여부·관세 확인하고 돈만 삼키는 사기도 주의를
#사례 1. 포항에서 살고있는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최근 해외 사이트 쇼핑에 흥미를 붙였다.
인터넷에서 얼마 전 붐을 일으킨 타인의 `해외직구 인증샷`들을 구경하던 이씨가 직접 해외사이트를 통한 구매의 길로 뛰어든 것.
새해를 맞아 각종 해외 사이트에서 무료배송 이벤트와 세일을 시작했고, 이씨는 미국의 한 건강식품 사이트를 통해 평소 사고 싶었던 건강보조식품과 찻잎 등을 구매했다. 이씨가 구매한 것은 종합비타민과 찻잎, 혈액순환개선제 등으로, 한화 약 6만원을 지불했다. 사흘 후 물건을 받고 나서 이씨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검색해 본 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씨가 국내 인터넷 쇼핑몰 업체를 통해 수입됐던 상품을 구매했다면 두 배가 넘는 총 14만원의 비용이 들었던 것이다.
이씨는 “도대체 마진을 얼마나 남기기에 두 배 넘는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오는 배송료를 내도 물건이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사례 2. 주부 박모(34·여)씨도 얼마 전 한 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손목시계를 구입했다.
가격은 150달러로 한화 약 16만원. 백화점 매장에서 파는 정가 29만원보다 13만원이나 저렴하다. 최근 한국 구매자가 늘어나 한국어 서비스도 지원되고, 100달러 이상만 구매하면 무료배송으로 받을 수 있고 관세를 내더라도 10만원 이상은 충분히 아낄 수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
박씨는 “한두 번만 해보면 이용하기도 쉬워 국내 정가로는 구매하기 싫어진다”며 “앞으로도 계속 해외 직구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합리적인 소비문화 확산으로 해외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해외 브랜드 제품이 국내에만 들어오면 가격이 비싸지는 경향을 보이자 소비자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추세에 지역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지속돼 매출에 영향이 크게 미치는 가운데 해외직구 열풍까지 겹치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포항의 한 의류업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에 고객을 뺏기고, 가까운 도시에 아웃렛 등 쇼핑몰이 군데군데 생기면서 고객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 이제는 해외에도 고객을 뺏기게 생겼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해외직구 열풍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다.
환불이나 교환 절차가 까다로워 구매 피해가 발생하면 마땅한 소비자 구제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또 통관 개수 제한 품목에 해당해 압수를 당하거나 통관 금액을 초과해 관세를 내야 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므로 구매 전에 미리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최근 해외 구매 대행업이 늘며 해외배송 등을 이유로 주문취소, 환불 등을 거부하는 사례와 가짜 물건을 파는 사기 업체도 등장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구매대행서비스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었다며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한 사례가 지난해에만 96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도 이용자 피해 사례도 많다”며 “브랜드 상품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의 거짓·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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