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사-'포항 기업혁신파크' 환경영향평가 초안 분석 면적 72만㎡에 국제학교, 공동주택, 연구·상업시설 집적 사업 한동대와 김영길그레이스스쿨·제2행복기숙사 간 공간적 단절 부지 일대에 카드뮴 등 발암성 물질 위해도 기준 초과 예측 심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원에서 추진 중인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선도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지방 성장거점 육성 정책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결과를 보면, 이 사업이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까지 넘어야 할 환경·사회적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전체 면적 72만4374㎡에 국제학교, 공동주택, 연구·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을 집적하는 대규모 개발이다.
포항시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 유치와 정주여건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제시된 여러 조사 결과에 대한 주민 의견은 사업계획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로 수렴된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김영길그레이스스쿨과 제2행복기숙사가 한동대학교와 공간적으로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사업지구 서쪽에 남북으로 계획된 도로를 공동주택(A3)과 국제학교, 김영길그레이스스쿨 서쪽으로 우회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한 도로 선형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시설 간 연계성과 보행 안전, 캠퍼스 기능의 연속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지구 남측에는 비학지맥이 지나고 있다. 비학지맥은 지역 생태계의 핵심 축 역할을 하는 산줄기로, 동식물 이동과 서식의 통로 기능을 수행한다. 주민들은 비학지맥을 원형으로 보존하고, 주요 서식지 주변 지역을 함께 보호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개발과 보전의 균형이라는 원칙을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사업지구 내에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2088㎡가 포함돼 있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전국적으로도 보전 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해당 구역이 개발 대상지에 포함된 것은 환경정책의 기본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해당 면적을 원형으로 보존할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있다.
식생보전등급 III등급 지역과 급경사지가 중첩되는 구역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이러한 지역은 토사 유출과 산사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도 사토량이 과다하게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민들은 절성토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부지조성계획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절토·성토 위주의 개발 방식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안전 문제와 유지관리 비용 증가라는 또 다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건강위해도 평가 결과다.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사업부지 일대는 포름알데히드, 카드뮴 등 발암성 물질이 발암위해도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향후 입주민과 이용자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노출 지역을 사업 대상지에서 제척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초안에서는 구체적인 제척 방안이나 대체 부지에 대한 검토 내용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조류 서식지에 대한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제기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포항-영덕 구간 조사에 따르면, 조류 동시센서스 지역이 사업부지 64만8939㎡ 가운데 33만1635㎡에 달한다. 사업부지 절반이 넘는 면적이 조류의 주요 활동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 서식지 단절, 먹이원 감소, 번식지 훼손 등 다양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민들은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마곡습지 문제는 이번 환경영향평가 초안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천마곡습지는 내륙습지로서 생물다양성이 높고,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불릴 만큼 보전 가치가 크다. 그렇지만 2만145㎡가 사업 대상지에 포함돼 주거복합용지로 계획된 것은 생태적 관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천마곡습지를 원형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제시했다.
운영 단계에서의 소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환경보전 목표기준을 초과하는 국제학교 인근에 대해 교통소음 저감계획(안)이 제시됐지만, 방음벽 높이가 6m, 설치구간이 170m에 달한다. 이는 인접 토지를 기능적으로 분리시키고, 경관 훼손과 생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주민들은 방음벽의 높이를 낮추고 설치 구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의견들은 지난해 12월 4일 흥해읍 종합복지문화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의견 제출자 34명 가운데 33명이 공청회 요구 의견을 냈다는 사실은 주민 다수가 사업 추진 과정과 내용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소수 민원이 아니라, 집단적 우려가 표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의견들이 향후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될지 여부다. 과거 대규모 개발사업 사례를 보면, 초안 단계에서 제기된 의견이 형식적으로만 반영되거나, 일부 문구 수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사업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는다면, 본안 검토 단계에서 또 다른 미반영 논란과 주민 반발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개발사업일수록 초기 단계에서 환경적 리스크를 충분히 줄이지 않으면, 향후 사업 지연, 추가 비용 발생, 법적 분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습지, 산줄기와 같은 핵심 생태자산이 훼손될 경우, 복원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개발로 얻는 경제적 이익을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가 진정으로 ‘혁신’을 표방하려면, 단순히 건물과 시설을 새로 짓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공존하는 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주민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사업은 지역 성장을 이끄는 거점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갈등과 논란의 상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환경영향평가 본안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초안 단계에서 제기된 수많은 경고음에 대해 사업시행자와 행정기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의 미래와 지역사회의 신뢰가 동시에 결정될 것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