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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과 오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1-27 02:01 게재일 2014-0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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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큰 것 된다. 모든 문제는 그렇게 시작된다. 당신의 사소한 눈빛 하나, 떨리는 손끝 하나에도 당신의 마음이 들어 있다. 그 마음이 품은 `감정의 결`을 제대로 읽는다는 건 쉽지 않다. 내가 읽는 당신의 마음이 실존하는 당신의 마음과 같을 수 없다. 이 두 마음의 간극을 선인들은 `착각`또는 `오해`라는 말로 이름 지었다.

우선, 착각이란 말은 여간 귀여운 데가 있는 게 아니다. 상대에 대해 눈치 볼 것 없이 주체의 감정에 보다 충실한 단어이다. 그 대상이 주로 자기 자신인데다 긍정적 평가를 내릴 때 활용되는 이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잘생겼다는 착각 속에 산다` 라거나 `그녀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착각한다`라는 말 등이 좋은 예이다. 당사자의 감정에 충실할 뿐, 상대의 감정과는 그리 상관없는 게 착각 현상이다. 해서 우리는`자뻑`하는 당신에게 여유 띤 웃음을 보여줄 수 있다.

오해는 좀 다르다. 똑 같이 뭔가를 잘못 지각했을 때 쓰이는 말이지만 그 느낌은`착각`일 때와는 다르다. 오해는 주체자의 감정뿐만 아니라 상대의 감정까지를 포괄한다.`내가 오해했다면 미안해`, `우리는 서로의 오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등의 예문에서 보듯 오해에는 반드시 그 당사자들이 등장한다. 착각이 자유일 수 있는 건 대상의 눈치를 볼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에는 자유가 없다. 누군가를 오해하는 순간, 또는 누군가의 오해를 받는 순간 그보다 더한 마음의 지옥은 없다.

아침 텔레비전에 연륜 깊은 연예인이 나왔다. 자신은 멋있고, 날씬하고, 섹시하게 늙어가는 중이란다. 보는 이에 따라 주책이고, 뚱뚱하고,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반기를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모습이 당당하고 귀엽게 보이는 건 그 착각이 내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잘못된 이해라도 착각과 달리 오해가 치명적인 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너와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착각에는 자유가 허용되지만 오해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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