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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위하여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2-06 02:01 게재일 2014-0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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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할까? 일견 명백해 보이는 답 앞에서 가끔은 이런 질문도 하고 싶다. 성공담이 넘치는 사회이다. 한 인물이 등장한다. 어떤 업종 사람인지는 중요치 않다. 예술계든, 산업계든, 학계든, 연예계든 현실적인 성공을 눈앞에 둔 사람이어야 한다. 대중들이 그에게 열광하기 시작한다. 매의 눈을 가진 출판 업계가 가만있을 리 없다. 속된 말로 `물건 되겠다` 싶으니 재빨리 움직인다. 기획, 집필, 편집해서 한 권의 책을 낸다. 이름값에 비례해서 책은 순식간에 동이 난다.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쏟아진다. 저자는 하루아침에 성공담의 주인공이 되어 바삐 불려 다닌다.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느덧 신화의 경지에 이른다. 또 다음 책을 기획하고 집필해야 한다. 대중의 관심을 지속하려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효 기간 5년 미만인 그 성공기는 또 다른 기획품에 의해 제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운명을 맞고 만다. 대중은 누군가의 성공담을 소비하는 데서 만족하지 그 성공담 자체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공만을 바라는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사회상일까. 성공담 못지않게 중요한 건 실패담이다. 누구나 성공만을 얘기한다면 나머지 대다수의 성공하지 못한 삶은 잘못된 것일까. 남의 성공을 보면서 희망의 자긍심 못지않게 열패감도 생기는 게 사람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자식 자랑하는 옆집 아줌마는 한 사람이고, 들어주는 아줌마는 아홉 명이다. 옆집 아줌마의 나 홀로 큰 목소리 때문에 나머지 아홉의 풀죽은 목소리가 `소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성공이다, 스펙이다, 신화다 등등으로 흉흉한 현실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 충분히 소시민적 행복을 누리는 이들 앞에 너무 많은 `성공담 기획 상품들`이 쏟아지는 건 아닌지. 99퍼센트의 실패담이 깃털만큼의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성공담이라면 무슨 소용일까. 실패 없는 성공이 어디 있나. 성공만 권하는 사회에 괜히 종주먹 한 번 날리고픈 아침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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