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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2-12 01:20 게재일 2014-0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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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결속의 동물이다. 무리 만들기를 좋아하고 네 편 내 편 구별하기를 좋아한다. 나아가 유교권 국가일수록 단일종족이라는 환상이 깊을수록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로 경계 짓기를 즐기기도 한다. 그것이 지나치면 객관성을 잃게도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스포츠와 관련 있다. 예를 들면 김연아의 완벽한 점프에 일본인들이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면, 아사다 마오의 불완전 점프에 우리 중 누군가는 조목조목 반박하게 된다. 이 정도야 사실 관계 증명을 하는 것이니 넘어간다 치지만 대개 서로 인신공격성 발언에다 국가 간 모독성 발언으로 그 수위가 높아진다.

괴물 되는 건 순간이다. 괴물은 우리 맘속에 분명 존재한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그것은 오로지 행동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모습만큼 괴물의 형상에 가까운 것도 없다. 그것의 형식은 옹졸한 국수주의나 지나친 애국주의 나아가 위험한 호전주의로 나타난다. 내가 너보다 옳고, 우리가 너희보다 낫다는 그릇된 신념이 그렇게 만든다. 나는 그르지 않고, 우리 가족은 부도덕하지 않으며 우리 국민성은 나쁘지 않다. 나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라고 성급히 결론 내릴 때에 그만큼 쉽게 괴물이 되는 것이다. 욱일승천기 번득이며 온 거리를 뛰어다니고, 독도는 저들 땅이라고 지치지도 않고 우기는 일본의 극우자들 모습이 그 좋은 예이다.

자애며 가족애며 조국애도 현상 자체를 보는 눈에 앞설 수는 없다.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간은 인류 공영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어느 특정 집단의 옳음과 우위를 한정하는 뜻으로 쓰일 수는 없다. 그들과 우리를 구별하는데 능통한 인간이긴 하지만 불멸의 신념처럼 그것을 한쪽에선 주입하고 다른 한쪽에선 세뇌당해야만 하는 사회여서는 곤란하다. 사람은 사람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패 짓는 것의 가치와 긍정 위안은 분명히 인정할 만하다. 적당한 무리 짓기야 인간사 권장할 일 아니던가. 다만 도가 지나치면 네 편 내 편 할 것 없이 금세 괴물이 되는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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