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정은 사람이 지닌 편견과도 무관하지 않다. 심리학자들의 오랜 연구 끝에 우리는 입맛에 맞는 각종 정보들을 많이 얻어왔다. 그 중 흥미로운 것은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첫 3초면 충분하다는 가설이다. 이 말이 옳은가 그른가는 별개로 치더라도 그런 생각에 우리가 영향을 받는 것만은 사실이다. 누구나 그 첫 3초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무 살 시절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누군가와 협업해야할 일이 있었다. 소개 받은 그 친구는 도도하게 예쁜 인상이었다. 얼굴선은 부드러웠고 이목구비 또한 또렷했지만 눈빛이 너무 강렬했다. 3초는커녕 1초도 걸리지 않아 나는`그녀는 너무 도도해. 가까워지기 힘들 거야.` 라고 결론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본 그녀는 무척 상냥하고 속이 깊었다. 어릴 때 다친 한 쪽 눈을 머리칼로 가리다 보니 나머지 한 눈이 저도 모르게 날카롭게 비쳤던 것이다. 3초의 잘못된 판단을 자책하며 당황했던 그 때를 잊을 수 없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3초의 판단이, 편견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온당한 상황이 되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순간의 판단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기로 이미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했다, 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은 진정한 사랑은 이것저것 재는 것 없이 곧장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여러 번 만난 뒤에는 사랑을 하는 것이지 사랑에 빠진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 사랑 앞에서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는 건 순간의 그 힘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3초의 판단이 언제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만 새길 수 있다면 그 3초의 판단을 애써 무시하지 않아도 좋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