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다. 쓴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재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쓰기는 오히려 기술에 가깝다. 이는 공부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인 것과 같다. 쓴다는 것에 대해 지나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이 재능이나 예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글쓰기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그리하여 드물게 예술가적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들이 나타나는데 그건 그야말로 특별한 경우이다. 그러니 쓰고 싶다면 미리 기 꺾일 필요는 없다.
글쓰기는 다른 예술 분야와는 달리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다만 재능이 덜 필요한 만큼 감각과 열정은 더 갖추도록 해야 한다. 예민한 손끝과 묵직한 엉덩이가 그 준비물이다. 그 두 도구를 활용해 읽고 쓰기만 하면 된다. 우선 `예민한` 감각으로 다른 사람의 잘 쓴 글을 베껴 쓰기부터 한다. 좋은 시나 산문을 읽고 베껴 쓰기를 하다 보면 감이 온다. 지속적인 이 연습은 자연스레 나만의 문체와 나만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이때도 사람들은 착각한다. 머리(재능)와 가슴(감각)이 글을 쓰게 하는 줄. 단언컨대 글을 쓰는 원동력은 그 둘 다 아니다. 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묵직한` 엉덩이다.
글 한 번 쓰고 싶은가? 우선 취향에 맞는 책을 읽어라. 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잘 된 글을 필사하라. 글을 오래토록 잘 쓰고 싶은가? 당장 엉덩이부터 의자에 앉힌 뒤 손가락을 자판에 올려라. 그리고 두드려라. 네 튼실한 엉덩이가 의자 깊숙이 묻히고 더 이상 예민해질 손끝이 없어질 정도로 글쓰기에 푹 빠진 당신은 온몸으로 이렇게 적을 것이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기술)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작업 중의 하나라고.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