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과 소박한 밥 한 끼를 나눌 수 있고, 땀 흘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별 탈 없이 친구들과 정담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는, 누리는 그 순간에는 잘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 순간이 최상의 날이었음은 내일이 된 뒤에야 실감하곤 한다. 왜냐하면 욕망하고 희망하는 인간인 우리는 언제나 내일만을 기약하기 때문이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당연히 내일이 낫다고 믿어버린다. 하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 더한 절정의 날도 오기 어렵다.
오늘 하루 몸살로 온몸이 나른해진다거나, 타의에 의해 의기소침해진다거나, 모든 게 부질없어 보이는 순간이 온다면 그제야 지금까지의 제 삶이 얼마나 절정의 순간이었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희망하고 염원하는 건 인간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어제와 오늘을 버리면서까지 그것을 위해 달려가는 건 어리석다. 어제와 오늘 없는 내일이 어디 있으랴. 내일을 꿈꾸는 것보다 오늘이 내 생의 봄날이라는 생각이 우선이다. 그토록 희망하는 내일 아침이 와도 오늘 소박했던 하룻저녁보다 낫다는 법은 없다. 오늘 하루가 내 삶의 봄날이라는 명랑한 생각을 스스로에게 환기시킨다. 그래야 혹시라도 원하지 않는 아침을 맞았을 때 당황스러워하지 않고 이 역시 아름다운 봄날이라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