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고통과 환희, 타자와의 교류에서 생기는 필연적 사유의 파편들, 자아라는 기둥으로 버티는 능력의 환상 등이 얼마나 우리를 억압하는가. 하지만 자유를 원하면 원할수록 그것은 우리를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눈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환경, 나은 학벌, 괜찮은 위상 등등에 대한 욕망은 어쩌면 사회가 규정한 욕망이다. 그 욕망을 욕망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자유를 갈망한다. 욕망이 다다를 수 없는 지점에 자유가 있다. 따라서 자유란 욕망들을 욕망하기 위한 방어 과정에서 생긴 또 하나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밑줄 긋기 할 부분도 많았는데, 특히 자존심과 자긍심에 관한 개념 구분은 한 눈에 들어왔다. `자존심은 남들에게서 자신에 대한 존중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 반면 자긍심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긍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남이 아닌 자신의 척도로 스스로를 비춘다. 남의 인정을 구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하는 것,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에 비추어 자신이 잘했는지,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자존심은 약한 자들이 자신의 약함을 가리기 위한 방어기제고, 자긍심은 강한 자들의 자기 긍정의 내면 표식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타자를 향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기를 향한다. 자존심과 자긍심을 구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자유에 대한 개념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기분이다. 자유도 결국 내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된다. 따라서 모든 감정이나 의지들이 스스로를 향할 때 자유에 한결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