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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7-03 02:01 게재일 2014-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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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탈진증후군이나 연소증후군을 뜻하는 신조어다. 의학적인 병명으로 알려진 건 아니지만, 현대 심리학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이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에너지 고갈로 탈진하는 상태가 된다. 신체적ㆍ정신적 극도의 피로감은 사람의 기를 소진시키고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제 아무리 의지가 굳고 심지가 단단해도 살다 보면 한계점은 온다. 오래된 친구처럼, 연민 서린 친척처럼 잊을 만하면 무기력과 자기연민이란 감정은 찾아온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한 일에 몰두하는가?` 이런 근원적인 생각에 빠져들면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아침에 눈 뜰 때 자신이 근사하다는 마음이 드는가, 기억력이 옛날 같지 않은가, 그냥 넘길 수 있던 일들에 짜증이 나거나 화가 돋는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가, 무미건조하고 삶의 행복이 멀게만 느껴지는가. 이 중 3개 이상 해당하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할 만하단다. 겉으로는 잘 견뎌 보이는데 알고 보면 탈진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현실적이고 정이 많은 이들일수록 속은 문드러지고 아린 경우도 있다. 현실에 발을 둔 만큼 이상 또한 높아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면 몸과 마음은 많이 지친다. 그 정점에서 불길은 타오르고 연료는 금세 바닥이 난다. 그때부터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하더라도 제 완벽한 에너지를 쏟을 수가 없다. 소위 말하는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불타버린 연료는 몸과 마음의 예민함이란 후유증을 남긴다. 헐겁고 피폐해진 영혼에 수시로 연료를 보충해야 한다. 자가 점검 식 연료 보충이 가장 좋겠지만, 눈치가 빠른 친구라면 주변 점검자로 나서도 좋을 일이다. 열정을 지나치게 쏟아 붓거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하는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한 박자 늦출 타이밍이다. 정점의 시간은 필연의 번아웃이란 전야를 예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호흡 쉬어간들 될 게 안 되는 건 아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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