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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나누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7-09 02:01 게재일 2014-07-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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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일 수는 없다. 직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산다. 나무 한 그루가 물과 햇빛과 공기를 만나 성장하듯이 우리 개별자도 다른 사람들이란 여러 환경과 만나는 가운데 인격적 성숙을 도모한다. 일찍이 사르트르는 `타인이 곧 지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이고 보석이다. 꽃으로 때릴 수 없고, 보석으로 물수제비를 뜰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친구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나이에도 환경에도 취향에도 있지 않다. 맘 편히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모든 관계는 친구로 불려도 마땅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식탁 예절을 의식해야 하거나, 밥상 앞에서 뭔가 부자연스런 느낌이 오가는 사이라면 아무리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도 친구라 하기엔 껄끄럽다.

산해진미 가득한 밥상보다도 소박한 콩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둔 사이가 훨씬 맘 편한 이유가 여기 있다. 밥상의 질이 친구 관계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 편하게 이어지는 대화가 이미 좋은 양식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함께 하는 음식이 소박한 만큼 함께 나누는 얘기 또한 그러하다. 클라이맥스 없는 일상 드라마 속에 눈물이 있고, 지혜가 있고, 공감이 있다.

나누면 나눌수록 끝이 없는 게 친구들과의 수다 속성이기도 하다. 어둠에 잠긴 무덤 같이 맘이 무거운 날이나 바람 빠진 공처럼 속이 허한 날에는 내남할 것 없이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하자. 짜인 틀이 필요치 않는 사람끼리 크게 웃고 실컷 떠들든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웃고 떠드는 가운데도 배울 게 있다. 헤어질 때쯤이면 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생활 속 지혜` 하나쯤을 덤으로 얻는 건 친구들과의 수다 매력이기도 하다.

가령 오늘처럼 가스레인지나 그 주변 벽은 그때그때 훔치는 게 진리라는 것을 새삼 깨치게 되는 건 어떤가. 하루 일분만 투자하면 평생 깨끗한 가스레인지를 곁에 둘 수 있다. 매사가 그렇다. 친구인들 예외일까. 내 받은 것 이상으로 그때그때 조금만 신경 쓰면 될 것을 편하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미뤄둔 것은 아닌지. 가장 쉬운 게 가장 실천하기 어렵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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