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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빵 브랜드 `집안싸움`

황재성기자
등록일 2014-08-11 02:01 게재일 2014-08-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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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개발 故 최영화씨 둘째아들 “내가 가업 전수자… 상표권 소유”<BR> `최영화빵` 등록·판매 맏며느리 “시아버지 두집 다 잘살라 했다”

【경주】 경주에서는 팥고물빵으로 대변되는 `황남빵`이 특산품의 반열에 오르면서 전국 유명제품으로 인기를 누리자 너도나도 빵 판매업에 나서면서 시내를 중심으로 100여 개의 빵 판매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관광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경주에서 빵의 원조격으로, 그 중심을 잡아왔던 브랜드 `황남빵`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처음으로 일어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브랜드 관련 다툼은 외부가 아닌 `집안 싸움`이라는 데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황남빵`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 일본인이 운영하던 빵 가게에 취업을 해서 제빵 기술을 배운 고(故) 최영화(1995년 사망)씨가 “누구나 쉽게 먹고,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21세 되던 1937년에 점원에서 독립해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당시에 빵 하나의 가격은 50전(1전이 1원의 100분의 1), 크기도 현재의 두 배나 돼 끼니로 때우기에 충분했다. 최씨는 1937년 노서동에서 개업, 1939년 황남동으로 옮겨 1974년까지 빵 제조·판매업을 해오다가 일대가 고분공원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황오동(307번지)으로 옮겨와 세상을 뜰 때까지 가업을 꾸렸다고 한다.

그후로는 최씨가 남겨놓은 집(건물)에서 큰며느리는 `경주황남빵`, 작은아들 최상은씨는 `황남빵` 브랜드로 영업을 해와 “가업을 승계받았다”고 주장하는 `황남빵` 브랜드로 봤을 때 77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황남빵`은 본점을 1998년 황오동 347의 1번지로 옮겨 확장했지만 여전히 황오동 307번지에 `황남빵` 점포와 팥소를 만드는 작업장을 두고 있다.

현재의 `황남빵` 상표권은 1985년 고 최영화씨의 동생인 최해철(2001년 사망)씨가 최초로 등록·출원을 했다가 1987년에 조카인 최상은씨 앞으로 권리가 이전됐다.

최상은씨 측은 “둘째아들이 가업을 전수해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다”고 한 아버지 고 최영화씨가 살았을 당시의 언론 인터뷰 자료를 제시하면서 가업을 물려받아 이어가고 있음을 확고히 했다. 또 “큰아들에게 가업을 전수했다는 말과 글은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상표권 문제 때문에 경주황남빵을 대신해 `최영화빵`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최주환(고 최영화씨의 맏손자)의 어머니 이영순(64)씨는 “상표등록은 안했지만 시아버지로부터 빵 만드는 법을 전수해 1997년 남편이 세상을 뜬 뒤부터 현재까지 18년째 빵을 만들어 오고 있다”면서 “시아버지께서 황남빵으로 두 집 다 잘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주의 `간판상품`이라 할 수 있는 `황남빵` 초유의 법적 다툼을 지켜보는 경주시민들은 “축성보다 수성이 어려운 법”이라며 “한 지붕 두 가족이 `황남빵`의 얇은 껍질 속에 맛과 영양을 더하기 위해 넣는 팥소처럼 잘 이겨져서 단합된 힘으로 더 맛있고 오래가는 `명품빵`을 만들어가는 가업기업으로 뿌리내렸으면 한다”며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고 최영화씨는 슬하에 3남 2녀를 뒀는데 딸 둘과 막내아들은 모두 빵과 무관하게 서울 등 외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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