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병대 수류탄 폭발사고… 軍병원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허점`<br>손목 절단으로 사망 훈련병, 사고발생 1시간 후에야 민간병원 이송<BR>군병원장만 이송 결정권… `선조치 후보고`로 신속대응체계 갖춰야
포항 해병대에서 수류탄 투척훈련을 하다 불의의 폭발사고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폭발물 등 군의 대형 사고 발생에 대한 응급매뉴얼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에서 진행하는 훈련 도중 민간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긴급상황 발생 시 현장의 군의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해병대에 따르면 16일 오전 10시 20분께 포항시 남구 오천읍 교육훈련단 수류탄 투척훈련장에서 수류탄이 갑작스럽게 터지는 사고로 박모(19) 훈련병 등 3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 직후 박 훈련병 등 3명은 즉시 군병원인 포항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과정 중 의무관이 두부 손상과 오른쪽 손목이 절단되는 등 박 훈련병의 상태가 심각함을 판단, 병원장의 지시에 따라 인근 포항 세명기독병원으로 이송했다.
박 훈련병이 민간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18분. 환자를 인계받은 세명기독병원 의료진은 응급상황임을 인지하고 즉각적으로 수술에 나섰으나 사고 발생 6시간 만인 오후 4시 25분께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의료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1시간 안팎이 걸린 이날 군의 후송조치는 비교적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불미스러운 사고가 연이어 터졌던 군에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또 한 번 전해지면서 군의 가장 큰 특징인 `상명하복`체계가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박 훈련병 등 3명의 사상자가 최초 후송된 포항병원은 16개 전문진료과와 76명의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고, CT 등 120여 품목의 의료장비를 운영, 대구·경북지역 최고의 군 의료시설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18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지 3만7천㎡에 120병상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4층의 단일 건물로 재탄생해 해병대를 포함한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 장병은 물론 지역주민에게까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설에도 불구, 의료진 중 대부분이 인턴, 레지던트 과정의 의대생인 단기군의관으로 민간병원 전문의의 의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환자가 군병원에서 조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경우 민간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환자 이송 결정은 군병원장에게 일임돼 있어 `선조치 후보고`의 신속한 대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사고의 경우도 박 훈련병을 포함한 3명의 환자가 결국 2차 이송과정을 거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고, 골든타임을 허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국군광주병원 군의관 출신인 포항의 한 개업의는 “오른쪽 손목이 수류탄에 의해 파열됐다면 대동맥 저출혈성 쇼크로 생명이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 즉시 민간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 생각된다”며 “하지만 군의관이 군병원장의 지시 없이는 현장에서 민간병원으로 즉시 후송할 수 있는, 선조치 후보고 메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