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사실은 방관자 효과 이론에 역행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들은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든 일에 더 적극적이고 민첩하게 행동한다. 보통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그들로서는 제 선행의 활약상을 보아주는 구경꾼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 입지를 굳히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진실로 중요한 것은 방관자 효과와는 무관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 말고 저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 그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 저 많은 사람들 중 내가 나서서 도와야 내 행동이 돋보일 거라는 생각 그 둘 다 옳지 않다. 군중 속 구경꾼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상황을 회피하려 하고 아주 극소수는 구경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정의감과 선함을 겸비한 이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말없이 행하러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제 에너지를 쏟아 약한 자와 상대적으로 없는 그들을 돕는다. 그런 이들이 흔치 않기에 감동이 두 배가 되는 것과 동시에, 세상에 대한 숙연한 두려움도 알게 된다.
권세에 눌리지 않고 강자 앞에서 솔직할 것, 소외나 아픔에 공감하고 약자 앞에서 발 벗고 나설 것, 저 단순하고 담백한 명제 앞에 어찌 그리 담대한(?) 핑계는 많기만 한지. 이해타산 없는 순수한 영혼들을 만나거나 읽는 날, 내 두려움과 비겁함의 실체가 얼마나 일상적이고 이기적인 것인가를 확인하곤 한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