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는 복 받은 노년을 보내는 거지만 그렇다고 올케언니의 정성에 박수만 칠 수도 없다. 가부장적 사고에서 비롯된 여성적 삶의 원칙들이 무조건 옳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여성의 개성은 권력이나 집단의 하위 개념일 때가 많았다. 더구나 이런 여성상은 여성 스스로 강화하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그들은 스스로 도리와 헌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왔다.
전통적 권위는 남성 또는 아버지 차지였고, 헌신은 여성 혹은 어머니의 다른 이름이었다. 자연히 효 이데올로기의 최전방 행동대원은 여자들 차지였다. 젊디젊은 스타가 `결혼 상대는 우리 부모에게 잘 할 수 있는 여자여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근성이 여전히 여성에게만 강요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여성을 한 집안의 효(孝) 대리인쯤으로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참아내지 않을 만큼 여성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긴 했다. 그렇다고 남녀평등이 보편화되었다거나 여성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고 교묘하게 선전하는 집단들에는 여전히 동의할 마음이 없다. 가족 집단에 대한 희생이나 배려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 식구 모두의 것이 되어야 온당하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