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최소한의 양심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11-12 02:01 게재일 2014-11-12 19면
스크랩버튼
`가난한 자가 원망을 품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자가 오만하지 않기는 쉽다.`공자가 한 말이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돈 없어 비굴하고 비참하고 불안하고 불편할 때일 것이다. 반면에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의 오만은 허영심에서 오는 자기 과시욕에 지나지 않으니 힘든 것과는 그리 상관이 없다. `허영`은 `비참`보다는 덜 심각한 감정이다. 따라서 부자가 오만에서 벗어나는 건 가난한 자가 원망을 품지 않기보다 쉽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이 가졌으면서 더 오만하고, 덜 가졌는데도 전혀 원망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날 때가 있다. 왜 세상엔 이토록 착한 사람들이 많은지. 왜 한 편에선 저토록 양심 없는 사람들이 있는지. 가진 자들이 저들끼리 속이고 속으면 `그들만의 판`이려니 하면 그만이다. 한데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의 눈과 마음을 속이고 치졸하게 구는 걸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작게는 너와 나의 인간관계에서 크게는 경제활동을 아우르는 기업의식에 이르기까지 그 양상도 다양하다.

가진 자들이 제 것 귀한 줄 아는 것 백만 배 이상으로 덜 가진 자들의 제 것은 소중하다. 덜 가진 자들은 원래 가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도 귀할 수밖에 없다. 덜 가진 자들이 순진하고 바보 같아서 가진 자들의 더티 플레이를 방관하는 건 아니다.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거다. 약자이기 때문에.

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사업주가 있다 치자. 어인 일인지 그는 사회사업과 기부에 관심이 많다. 그런 그가 자신이 헌신하는 종교 단체의 사회사업에 기부금을 냈다 치자. 그는 착한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정말로 선한 사람이라면 사업주로서 먼저 자신의 직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쳐주었을 것이다. 저보다 훨씬 못한 이들을 짓밟아 얻은 돈으로 행한 선행은 칭송 받아 마땅한 걸까.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고 어른들이 말했다. 적어도 덜 가진 자들 앞에서 양심 찔리는 행동은 하지 말자. 종일토록 이런 화두에 매달렸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