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잘 쓰는 작가들과 좋은 책들이 널렸다. 평생 읽고 쓰는 데만 온전히 시간을 바쳐도 그(것)들을 내면화하는 데는 시간이 모자란다. 한데 좋은 사람들 만나 수다 떠는 걸 즐기는데다, 짜인 일들까지 갈무리하면서 읽고 쓰는 나 같은 이는 늘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게을러서 생긴 강박관념은 몸의 피로를 몰고 오고, 그것은 자연히 마음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나름 열심히 하는 건 분명한데 늘 허망한 이 느낌. 실체를 알 수 없는 이 핍진감의 원인은 고백하건대 단 하나다. 뭔가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 진실이 그것이다. 충만감에 가닿지 못하는 모든 열정은 몸의 피로와 마음의 불안을 낳는다는 것을 알겠다.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은 현재를 넘어설 수 있고, 미래를 비관하는 사람은 현재를 더욱 꼼꼼하게 채워간다. 미래란 현재의 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미래란 현재에서 이어지는 시간이지만, 반드시 현재의 결과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현재에서 준비한 것들이 미래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메이드 인 공장`에서 작가 김중혁이 한 말이다. 현재를 꼼꼼하게 채워가는 것 같은 데도 스스로 충족에 이르지 못하는 심리 상태는 작가의 말처럼 미래에 대한 비관 때문에 생긴 감정이 아닐는지. 현재에서 준비한 것들이 미래에서 소용에 닿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그것 때문에 몸과 마음의 피로가 누적된다는 것. 그 피로를 이기는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