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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로 읽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11-21 02:01 게재일 2014-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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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기식 소설은 집중도를 요한다. 아귀 착착 맞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작가는 독자에게 그 어떤 친절도 베풀지 않는다. 칼자루는 작가가 쥐고 있으니 작가가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독자가 패자가 되는 건 아니다. 작가의 투망질에 걸려들수록 제대로 읽은 게 되니까 서로 이기는 게임이 된다. 이러한 퍼즐 맞추기식 소설의 강점은 제대로만 읽는다면 분명한 보상이 따른다는 거다. `충격`과 `여운`이 그것이다. 진부하고 평범한 저 두 낱말이야말로 작가에 대한 최대 찬사가 아니던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다시 읽는다. 볼 때마다 새롭게 눈길 가는 곳이 나온다. 오늘은 주요인물인 사라 부분을 퍼즐 맞추기 해본다. 딸 베로니카의 남자친구 자격으로 놀러온 토미에게 그녀는 추파를 던졌을까. 허둥대면서 요리를 하는 가운데 노른자 하나를 터뜨리면서도 토니를 관찰하는 장면, 서랍장에 몸을 기대 베로니카에게 너무 많은 걸 내주지마라고 뜬금없이 하는 말, 달궈진 프라이팬을 젖은 싱크대에 던져 넣고 치직 하는 소리와 함께 김이 피어오르자 파괴적인 웃음을 터뜨리는 것, 둘만의 비밀이라도 있는 것처럼 토니를 향해 미소 짓는 일, 손을 높이 흔드는 게 아니라 허리께에서 수평이 되게 들어 작별 인사를 함으로써 토니로 하여금 그녀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눴으면 하는 아쉬움을 유발하게 하는 것, 이 모든 사라의 언행은 토니로 하여금 “어머니 멋지시다.”라는 말을 베로니카에게 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작가는 답을 주지 않고 디테일한 정황들을 소설적 장치로 활용한다. 묘사와 대사로 이루어진 이런 것들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단서가 되고, 주제로 나아가는 밑돌이 된다. 처음엔 섬세한 부분들이 잘 안 보인다. 하지만 눈과 마음이 자연스레 글에 동화되다 보면 작가의 의중에 어느 정도는 가닿게 된다. 문제는 이 바쁜 세상에 누가 소설 읽기에다 제 온전한 인내심을 쏟아 붓는단 말인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을 수고를 기꺼이 감당할 이에게 흥미진진한 이 소설을 권한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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