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장소인 공원에 도착하고, 각자 준비한 먹거리를 내놓았을 때야 미션 수행에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공원 테이블을 세팅해 서양식 파티 상을 차릴 참이었던 기획자 친구의 센스를 우리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그리하여 같은 차를 탄 우리 셋만 미션에 실패했다. 파인애플 빠지고 바나나 없는 비주얼로도 근사한 야외 테이블을 차릴 수 있었다. 카나페 안주가 곁들인 와인, 케이크에 김밥, 과일과 빵까지 만족할만한 런치 테이블이 마련되었다. 야생 들꽃으로 장식한 꽃병이 차림새 한 가운데 놓이자 모두 탄성을 질렀다.
선글라스와 머플러로 한껏 멋 낸 `아지매`들에 지나지 않았지만, 파티를 즐기는 그 시간만큼은 각 왕국에서 모여든 왕녀가 되어도 좋았다. 여담이지만 미션에 없었던, 모 여사가 끓여간 어묵탕이야말로 그날의 인기아이템이었다. 쌀쌀한 야외에서는 뜨끈한 국물이 통할 수밖에. 눈치 없는 자의적 해석이 반전의 즐거움을 낳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게 깜짝 야외 포트럭potluck 파티를 생각해낸 친구 덕분이었다.
연말이 다가오고 각종 모임 자리도 늘어난다. 기왕 즐겨야한다면 이런 센스 있는 자리라면 어떨까. 그런 뜻에서 친구들과 나를 위해 포트럭 파티의 깜짝 기획자가 되어보고도 싶다. 장소는 어디로 할까. 드레스 코드는 뭐로 하지. 이런 상상만으로도 입 꼬리가 올라간다. 벌써 파티의 반은 성공한 거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