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행복한 카뮈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12-03 02:01 게재일 2014-12-03 19면
스크랩버튼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상호보완적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좋은 제자는 스승이 만들고, 훌륭한 스승은 제자가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알베르 카뮈는 좋은 제자였고, 그의 스승인 루이 제르맹과 장 그르니에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루이 제르맹은 알제리 빈민가의 한 소년을 노벨 문학상 작가로 거듭나게 한 첫 번째 스승이었다. 궁핍한 살림을 꾸렸던 카뮈의 어머니는 초등과정을 마친 카뮈를 상급학교에 보낼 형편이 못되었다. 당시 알제리 하층민 소년들은 노동자가 되어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 말고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부 열망으로 가득 찬 카뮈를 제르맹 선생은 포기하지 않았다. 카뮈의 어머니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게 성심껏 지도해주었으며, 장학금을 받고 중학교에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선생은 소년 카뮈에게 글 쓰는 재능과 남다른 통찰력이 있다는 걸 진작 알아봤던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탄 카뮈가 어머니 다음으로 제르맹 선생을 호명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장 그르니에 또한 카뮈에겐 잊을 수 없는 스승이다. 카뮈는 선생을 신뢰했고 선생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자신에게 기쁨이라고 편지를 썼다. 스승의 산문집 `섬`에도 그 유명한 서문을 썼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이를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로 시작하는 카뮈의 서문은 그의 명성 덕에 스승의 산문집 자체보다 더 유명한 것이 되어버렸다. 진작 카뮈는 그 서문이 적힌 책을 받아 보지도 못한 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사고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온 이가 스승 장 그르니에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살다 보면 도처에 스승이 가득하다. 나를 이끌고 채찍질하는 모든 이는 루이 제르맹이요, 내게 충고하고 쓴 약을 주는 모든 이 또한 장 그르니에다. 내 곁에서 크고 작은 자극을 주는 모든 스승들을 하나하나 불러내고 싶은 밤이다. 카뮈의 행복에 견줘도 좋을 만큼, 제 곁 스승을 확신하는 당신이라면 이 깊은 밤 맘껏 행복해도 괜찮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