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영의정을 지낸 최명길의 손자이다. 할아버지를 따라 영의정까지 지낼 정도로 학식과 덕망이 있었다. 문신 학자답게 자식을 훈육한 네 가지 덕목이 전해지는데 내용이 담박하면서도 직설적이다. 수학자로서의 위용보다 수신제가하는 아비로서의 모범적 면모에 눈길이 더 간다. 네 가지 덕목은 마음수련이 필요한 나 같은 이에게 유용한 말씀들로 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기본은 인간이 되는 것, 옮기는 동안엔 공부가 된다. 겸손도, 근면도, 세심도, 안정도 이렇게 어려운데, 콕콕 찌르니 뜨끔하다.
“네 가지 덕을 지녀라, 경계한다. 너는 교만하지 말라. 교만하면 덕을 손상하게 된다. 어찌해야 교만하지 않을까? 핵심은 겸손에 있다. 경계한다. 너는 게으르지 마라. 게으르면 직분을 망치게 된다. 무엇으로 게으름을 없앨 것인가? 요점은 부지런하고 삼가는 데 있다. 경계한다. 너는 성글게 하지 마라. 생각이 성글면 새게 마련이다. 무엇으로 성근 것을 다스릴까? 자세히 살피면 된다. 경계한다. 너는 경박하게 굴지 마라. 기운이 뜨면 날리게 마련이다. 어찌해야 경박함을 누를까? 고요 속에 잠기면 된다.
풀이한다. 겸손은 덕의 기초다. 근면함은 일의 줄기다. 꼼꼼함은 일의 핵심이다. 고요함은 마음의 본체다. 군자가 겸손을 지키면 덕을 높일 수 있다. 능히 부지런하면 하는 일을 넓힐 수 있다. 자세하고 신중하면 정사를 세울 수 있다. 차분히 고요하면 마음을 보존할 수 있다. 군자가 이 네 가지 덕을 행한 뒤에야 자신을 간직하고 사물에 응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을해년(1695) 겨울에 쓰노라.”/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