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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인생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17 02:01 게재일 2015-0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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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새 차를 샀단다. 해외에 사는 친구인데 망설이다 국산차를 샀단다. 비슷한 연비의 도요타나 혼다에 비해 조금 싼 것도 있고 애국도 하고 싶어 그렇게 했단다. 친구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었다. 국내에서보다 싼 가격인데다 서비스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십여 년 이상 그 차종을 몰았던 남편도 별 불만이 없더라는 말로 나는 무조건 잘 샀다고 응원을 했다.

그런데 친구 말이 의미심장하다. 차를 사긴 했는데 찜찜하단다. 알람 장착하고 방수 코팅하고 등등, 약간씩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차 값이 올라갔기 때문이란다.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지만 당연한 현실이므로 나는 이런 카톡 문자를 전송했다.“기본으로 시작해 옵션으로 마감하는 게 삶이다.”

그렇다. 짧은 여행에서도 그런 걸 느낀다. 패키지여행의 최대 묘미는 싼 값에 편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거다. 항공료도 싸고 숙박비도 할인이 된다. 자유 여행에 비해 움직임이 타이트하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자유여행에서 느껴야 할 불안이나 압박에 비하면 참을 만하다. 언어가 자유롭지 못하고 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패키지여행만큼 편리한 것도 없다. 하지만 패기지 여행의 최대 약점은 바로 옵션이다. 관광지마다 상점을 순회하는 것이 애교 섞인 불만이라면, 관광 코스를 덤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뭉근한 압박이 된다. 이럴 경우 나는 심리적·신체적 위해가 걱정 되지 않는 한 무조건 옵션을 선택한다. 어차피 여행사에는 옵션 항목 전제하에 일정을 짠다. 그러니 옵션 사항보다 나은 일정을 감행할 자신이 없으면 그 일정을 따르는 게 속편하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옵션은 기본에 없는 쾌락이나 즐거움을 수반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옵션을 택할 이유도 없는 게 인생이다. 내 책무를 줄이고 싶을 때 기본을 속삭이고, 내 위안을 구하고 싶을 때 옵션을 외치는 게 삶이기도 하다. 기본 없는 시작 없고 옵션 없는 마감 없는 게 생이더라. 중요한 건 기본이든 옵션이든 한 번 택했으면 그걸 즐기면 그만이라는 것.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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