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공장이다. 온통 새 부품으로 시작하는 공장은 잘도 돌아간다. 고장도 없다. 쉼 없이 공산품을 생산한다. 공장주의 뜻에 따라 품목을 바꿔가며 창의적인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는다. 하지만 천년만년 지속될 것 같은 그 작업도 어느 일정 시점에 이르면 정체 현상을 빚거나 삐걱거리게 된다. 쌩쌩하던 기계는 헐떡이게 되고, 마모된 흔적으로 가동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심한 경우엔 엔진 이상이 생겨 시스템 자체가 돌변하기도 한다.
사람 몸이 꼭 그러하다. 건강할 땐 `제 몸이란 기계`에 이상이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호흡이 달리지도 않고, 마모도 되지 않으리라 착각한다. 하지만 청춘은 짧고 노년은 길다. 체력은 어느 순간 급격이 떨어진다. 몸의 기갈은 마음 성능까지 갉아 는다. 몸이 곧 마음이니 창의력과 의욕도 반감된다. 말 듣지 않는 몸이 부리는 정신은 허공에 뜬 구름 같다.
몸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 분기점을 50대로 보고 있다. 생물학적 나이 50이 넘으면 대체로 신체적 여건에 급격한 변화가 온다. 공장 가동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꾸준히 몸 관리를 해온 사람은 이때가 닥쳐도 육체적·정신적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부지런을 다한다. 그때그때 부속품을 갈아 끼우고 자주자주 기름칠을 해왔기 때문에 분기점이 와도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게으른 나 같은 사람은 제 몸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도 노력은 하지 않고 그들을 부러워만 한다.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단순히 100세까지 오래 산다는 의미라면 저 말은 소용이 없다. `건강한` 100세가 아니라면 그 평범한 시대가 온다 해도 불행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오래살기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사는 한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의 여러 요강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사람들은 자기 관리의 달인이다. 건강이야말로 욕심 있는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다. 노력 없는 값진 선물이 어디 있으랴.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