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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위로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26 02:01 게재일 2015-0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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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마사코 가방에 들어 있던 것은 버섯이었다. 지나치듯 잡힌 그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건 그것이 영화 속에서 슬픔을 씻어 주는 매개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조주인공인 마사코는 공항에서 가방을 잃고 무작정 카모메 식당에 합류한다. 상처 있는 자들의 안식처인 그곳에서 다른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음식과 대화와 마음 나눔으로 위안을 받는다. 식당 주인이자 단아하고 상냥한 주인공 사치에, 눈을 감고 손가락이 지도를 짚어준 대로 이곳 헬싱키로 떠나온 미도리, 일상의 짐이란 무게에 지쳐 과감하게 일탈을 감행한 마사코. 조화롭게 변주되는 이들 셋의 일상에 헬싱키 사람들의 호의적인 호기심이 보태지면서 카모메 식당은 서서히 분주해진다.

상처 없는 성장 없고, 슬픔 없는 열매 없다. 그 핍진성의 울타리 안에 비춰지는 모든 등장인물이 다 나 같고 이웃 같다. 그래도 가장 위로해주고 싶은 인물은 마사코이다. 오래 간병한 부모를 잃은 상실감,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한 수치심 등이 상처가 되어 유리병의 잼처럼 눌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마사코. 그미에게 삶은 곧 `짐`이다. 그 짐을 부려놓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짐을 잃어버리는 슬픔의 아이러니. 핀란드 말을 모르지만 슬픔으로 술에 쩐 동년배 헬싱키 여자를 성심껏 위로해줄 줄도 안다. 통하는 건 말이 아니라 마음이기에.

핀란드 사람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건 슬픔이 없어서가 아니라 숲이 그 슬픔을 위무해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게 된 마사코는 숲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야생버섯을 줍는다. 나중에 가방을 찾게 되었을 때 그 안에는 노란 버섯이 가득하다. 슬픔의 위로를 숲, 구체적으로 버섯에다 비유한 걸게다. 소란스럽고 탐욕스러운 것이 아니라 소담스럽고 자연적인 것을 가슴에 담음으로써 슬픔을 정화하는 상징성.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내 맘에만 있고, 핀란드에는 없을 것 같은 슬픔 따위는 없다. 우아한 사치에의 말을 빌리자.“물론이죠. 세상 어딜 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지요.”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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