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퍼보이는 타이베이101의 87층에 있는 대형 추로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흔들리면 반대쪽으로 기울어 건물의 진폭을 줄여주는 내진설계 장치다. 지름 5.5m, 무게는 660t, 제작비는 400만 달러(약 43억원)에 달한다. 2002년 3월 31일 대만 북부 지역에서 7.1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인근 저층 건물들이 쓰러진 반면 타이베이101은 공사 중이었음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완공 후에도 수차례 큰 지진이 났지만 현재까지 피해를 본 적은 없다.
지난 세월호 참사도 선박의 균형을 잡아주는 배 밑창의 바닥짐(ballst)인 평행수를 제거하고 선상에 짐을 과적한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균형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잡히고 그 지향점은 낮은 곳을 향한다. 본질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빌딩의 안전을 보장해 준 내진설계처럼 우리의 인생을 지탱해줄 균형추는 무엇인가? 만약 인생의 내진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인생의 큰 집을 지으면서 균형추가 없다면 고난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인생이라는 긴 항로를 항해하는 배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배 밑에 있는 바닥짐 때문이다. 그것은 힘들고 거추장스럽더라도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진리이다.
우리의 삶을 보다 견고하게 할 뿌리는 있는가? 신앙이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균형 잡을 수 있는 본질적인 영역,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가 일상 속에서 균형추로 혹은 바닥짐으로 존재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중심 추의 부재는 인생과 사회에 위기를 초래한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교가 끊어지는 것은 본질을 잊고 외부만 치장하는 어리석음이 빚어낸 과오였다. 자유로운 진리, 정직한 소망과 겸손한 사랑이 절실한 요즘이다.
/곽규진(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