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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파 교수·학생들의 민낯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5-05-15 02:01 게재일 2015-05-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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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받는 지배자` 김종영 지음  돌베개 펴냄
2012~2013년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은 7만627명. 중국 23만5천597명과 인도 9만6천754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절대적인 숫자로도 적지 않지만, 전체 인구당 비율로 환산하면 중국보다 7.8배, 인구보다 17.5배나 많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미국으로 가는 것일까.

미국 내 우수한 대학이 많기 때문이지만, 국내 학계가 미국 어느 대학 출신인지를 따지는 `끼리끼리 문화`로 이뤄져 있다는 현실도 반영한다.

국내 명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와야 한국사회 지식인 엘리트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에서 학위를 받은 김종영 씨는 지난 15년간 미국의 한국 유학생과 미국 유학파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연구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책은 국내 학계나 기업에서 선호하는 미국 유학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국 유학파는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배자`이지만, 그들의 문화자본은 자생적이고 주체적이기보다는 미국 대학의 글로벌 헤게모니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미국 유학파 지식인의 처지를 세계적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개념에서 따온 `지배받는 지배자`라고 부른다. 본래 부르디외가 말한 `지배받는 지배자`는 자본가 계층에 종속된 지식인을 의미한다.

미국 유학생들은 대게 언어의 문제로 본토에서 `열등생` 취급을 받는다. 이는 저자가 인터뷰한 많은 유학생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열등생`이자 주류에 끼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던 미국파 유학생은 한국에 오면서 엘리트로 거듭난다.

저자는 이 괴리가 미국 대학을 한국 대학보다 우위에 놓는 우리 사회의 인식에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학벌주의가 결합하면서 미국 대학의 학위는 하나의 `멤버십`으로 기능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유학파가 더 나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는 회의적 견해를 내놓는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는 모순적인 상태에서는 연구에 대한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 유학파 교수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양다리`를 걸쳐야만 하는 학문의 트랜스내셔널 상황으로 인해 집중력을 상실한다.”(198쪽)

미국 유학파인 저자가 15년간 집요한 연구를 바탕으로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있는 미국 유학에 대한 선호사상을 정면으로 반박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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