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외국인 관광객 11만7천여명 방한 취소<BR>경기회복 조짐 보이던 내수시장도 큰 타격<BR>가뭄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높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쇼크가 한국경제 전반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여행과 항공업계 등은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 피해가 자동차와 전자 등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급락하고 있다.
◇관광·호텔·항공업계 직격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16일까지 우리나라 여행을 취소한 외국인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중심으로 무려 11만7천810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인 9만명 감소했고, 관광수입 손실액은 약 1천100만달러(약 1천221억원)로 추정됐다.
국제선 항공편 운항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오가는 30여개 노선 가운데 홍콩, 상하이, 심양 등 17개 노선의 운항횟수를 18일부터 한 달동안 왕복 169차례 감축하기로 했다. 일본 도쿄를 오가는 노선 운항도 왕복 12차례 줄인다. 아시아나항공은 11일부터 30일까지 중국 6개 노선과 대만 1개 노선 등 총 7개 노선의 운항을 왕복 52차례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텔업계도 외국인 투숙객이 평소에 비해 50~70% 하락하고 있다.
외국 크루즈선도 잇따라 입항을 취소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외국 크루즈선 21척이 부산항과 인천항 입항 계획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이들 크루즈선의 관광객은 약 5만명이다. 1인당 평균 지출액 117만원씩 총 585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소비심리도 `뚝`
회복 조짐을 보이던 내수시장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들어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6% 늘어나며 호조세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르스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6월 첫째 주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지난해 5월 첫 번째, 두 번째 주와 비교해 각각 25.0%와 7.2% 떨어졌다.
롯데백화점(기존점 기준)의 매출은 작년동기에 비해 4%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은 5.4%, 신세계백화점은 8.7% 떨어졌다.
이들 백화점은 메르스 여파 등을 고려해 기존 한 달 가량이던 여름 정기세일을 축소해 17~24일간만 진행하기로 했다.
이마트(-9.1%), 홈플러스(-6.8%), 롯데마트(-7.8%) 등 대형마트도 상황도 비슷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려는 경향 때문에 놀이공원·수족관·극장·워터파크 입장객과 대중교통 이용객도 급감하고 있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내수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최근 한달 새 국내 주요 내수기업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기관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국내 상장사 224곳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 17일 한달 전인 5월 20일보다 0.36% 하락했다.
특히, 통신, 금융, 제약, 의료 장비, 음식료, 생활용품, 의류, 유통 등 주요 내수기업 101곳 중 절반가량인 45곳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전보다 낮아졌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5월에 취업자 수 증가폭이 확대됐던 고용 부문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은 급등하고 서민들의 고통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성장률 2%대 추락 우려
한국경제연구소는 메르스 사태가 6월 말까지 종결되면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4조425억원, 7월 말에 끝나면 9조3천377억원에 달하고, 8월 말까지 갈 경우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격리자·감염자 발생으로 인한 노동 손실액이 늘어나고 물류서비스, 음식숙박업, 오락 수요 등이 대폭 감소하며 투자와 소비, 수출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메르스 사태가 한달 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5%포인트 떨어지고 3개월간 지속되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다수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를 간신히 넘는 점을 고려하면 메르스 탓에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메르스와 가뭄 피해를 고려한 경기보완책을 이달 말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