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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의 힘

김종헌(아동문학가)
등록일 2015-06-25 02:01 게재일 2015-06-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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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3일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참담한 심정, 책임을 통감` 그래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카메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국민들은 감동받기보다는 사과한 저의를 궁금해 한다. 참 나쁜 국민들이라고 욕하기 전에 그도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1일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이 메르스 확산에 대해서 문제의식도 없고, 뚫린 것 아니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삼성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이렇게 답했다. “국가가 뚫린 것이다”라고. 그 당당함에 놀랐던 국민들이니, 이 정도의 사과가 생뚱맞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삼성(병원)도 억울할 것이다. 방역당국이 초기 대응을 적절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원망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은 병원으로서의 전문적인 판단과 신속한 대처를 다 했던가. 책임추궁을 떠나서 `우리(삼성)가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에서 눈도 깜짝하지 않고 말하는 태도는 무엇인가. 그 힘은 어디서 나왔는가. 국민들이 의아해 하는 까닭은 그 말의 힘이다. 그 과장이 국가와 정부의 개념을 혼동한 것은 차치하고, 순간적으로 나온 말의 힘, 여기서 국민은 삼성의 권력을 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의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니 미덥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여전히 경제논리와 기업 이미지가 뒤에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볼 뿐이다.

“미안/ 아깐 내가 너무 욕심부렸나봐// 짝의 한마디에/ 달콤한 초콜릿처럼/ 사르르 녹아 버린 내 마음// -아이, 부끄러워라” -윤이현, `말 한마디` 전문

한 마디 말에 사과를 한 사람도 받은 사람도 `달콤한 초콜릿처럼` 마음이 풀어지는 것은 아이들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국민들은 `삼성의 무게`를 뺀 사과를 기대하고 있다. 위 동시에서 보듯이 전제가 없는 사과야 말로 받는 사람을 되레 부끄럽게 만들 수 있다.

/김종헌(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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