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유승민 사퇴` 당청 모두에 생채기

박순원기자
등록일 2015-07-09 02:01 게재일 2015-07-09 3면
스크랩버튼
흔들리는 대구·경북 위상… 與 지도부에 全無<BR> 朴 대통령, 불통에 권위주의 이미지 더해 부담<BR> 계파 갈등 잠복… 총선 국면서 폭발 가능성도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던 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법 정국에서 촉발된 2주간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논란이 결국 청와대와 여권 전체의 상처를 남긴 채 끝났다. 당장 대구와 경북 정치권도 타격을 입었다.

◇대구·경북 “구심점 잃는가?”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대구와 경북 정치권은 새누리당 지도부에 단 한명의 국회의원도 입성시키지 못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친박계(친박근혜계)를 표방했던 대구와 경북의 정가는 구심점을 잃으면서 표류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내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 지역 국회의원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 원내대표를 좌장으로 여겼던 대구 국회의원은 `나홀로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다수가 비박계를 표방했던 경북지역 국회의원은 당분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 관계자는 “대구와 경북은 향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20대 총선까지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도 새누리도 모두 부담

지난 2주간의 여권 갈등은 끝까지 청와대에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여권의 관계자는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이 여당 원내대표를 끝까지 압박해 물러나게 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통에 권위주의적 이미지가 덧씌워졌다”며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여권 친박계의 대표격으로 작용한 것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수록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유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리얼미터의 6월 넷째 주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유 원내대표는 4위(5.4%)로 한달만에 2.0%p 상승했다.

유 원내대표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친박 의원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얘기를 하는 도중 육두문자까지 동원된 거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유 원내대표 사퇴 국면에서 깊어진 여당 계파 갈등은 잠복해 이후 총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폭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비박계 지도부 출범 이후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던 당·청 관계는 팽팽한 긴장감을 떨쳐내고 일단은 `친정 체제`의 형태로 안정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내에서는 여전히 비박계가 친박계보다 수적으로 우위에 있고, 이번 유 원내대표 사퇴가 비박계를 새로 결집시키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기 원내 지도부 선출에서 비박계가 재기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총선을 1년도 남겨놓지 않고 당·청 갈등을 경험한 새누리당이 또다시 갈등양상을 만들지 않고 친박계 지도부를 옹립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 내에서는 차기 원내대표는 경선이 아닌 추대를 통해 `조용히` 선출하자는 방안이 힘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 역시 이 같은 방안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로는 범친박계 인사가 적절한 카드로 거론되면서 이주영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를 포함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의 마무리 및 4대 분야 구조 개혁(노동·교육·금융·공공) 등 민생 행보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내 대통령 공약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계파색이 비교적 무난하다는 관측이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정치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