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식일정 취소 金대표, 청와대와 전면전 인상<BR>특별기구 구성, 위원 선정부터 친박·비박 힘겨루기
내년 20대 총선 공천방식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이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간 `안심전화 국민공천제`합의에 대해 친박계(친박근혜)와 청와대가 강력 반발하면서 당청간 공천지분 싸움으로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김 대표는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석한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불참함으로써 청와대와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 김무성, 국군의 날 행사 불참
김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참석한 국군의 날 기념식 일정을 포함,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의원회관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 대표와의 협상 사실을 미리 청와대에 알렸다고 밝히며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그(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상의를 했다”면서 “찬성·반대 의사는 듣지 않았고, 이런 방향으로 지금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고 상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끝나고 난 뒤에 발표문을 그대로 찍어서 다 (청와대측에) 보냈다”며 “연휴기간이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귀향활동하는 최고위원이나 의원들과는 다 상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측의 접촉 상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통보 당시 청와대 측 반응에 대해서는 “그냥 듣기만 했다”고 전해 이번 사태가 자칫 여권 내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현기환 정무수석 `반대의견` 전달
청와대는 이날 오후 현기환 정무수석이 지난달 26일 김무성 대표를 만났고,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하겠다고 언급하자 현 수석은 `문제가 많다.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지난달 28일 `부산 회동`을 사전에 청와대에 통보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가 만난 분은 청와대 정무수석이고, 지난달 26일에 (김 대표로부터) 전화가 와서 만났다”며 “김 대표가 말한 것처럼 (김 대표는 당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하겠다.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고, 정무수석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문제가 많다. 반대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 대표는 여야 대표의 부산 회동 종료이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했고 이 내용을 현 수석에 알려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엔외교 일정이 워낙 빡빡한 상황임을 감안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드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사전 청와대 관계자와의 `상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즉각 반박함으로써 양측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다음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 회의석상에서 직접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경우 당청간 갈등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친박·비박간 공방은 가열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심번호는 국민공천제가 아니라 안심번호에 의한 여론조사”라며 “(김 대표는) 안심번호로 국민공천제를 한다는 것을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홍문종 의원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안심번호제도는 완전히 인기투표이고 여론조사에 불과한 것”이라고 전제한뒤 야당의 전략공천 방침 등을 거론하며 “이런데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좋다. 그런 전략전술 없이 인기투표로 후보를 결정한다고 됐을 경우 저쪽은 신식무기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고 우리는 구식 따발총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측근들도 지원 사격을 계속했다.
대변인을 했던 권은희 의원은 PBC 라디오에서 “(청와대가) 의견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지만,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이 조금 더 상식적 수준에서 돼야 하지 않느냐”면서 “우리가 가진 체계를 가동해 의사 조율을 할 방법이 있는데도 언론 등을 통해 이렇게 한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당내 특별기구 설치도 `난항`
김무성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국민공천 실현 특별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며 의총을 서둘러 끝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당초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친박계 인사들로부터 “특별기구를 구성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만 나왔을 뿐 추가논의는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대표가 회의에 불참한데다 당 공천룰을 놓고 계파 간 힘겨루기가 격화되면서 당장 특별기구 위원 선정부터 물밑에서 기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특별기구 구성은 당헌당규를 따라 밟을 것”이라고 밝혀 구성 단계에서부터 논의 주체가 `최고위`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이날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기구는) 사무총장이 안을 만들어야지, 난 일일이 간섭 안한다”고 말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창형·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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