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없어서 어디에도 적응 못하지만 비상한 기억력과 분석력, 남이 보지 못하는 변화를 봐내는 사람 이야기다. 레인 맨은 흩어진 수백개의 성냥개비의 수를 단숨에 계산해내고,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다 외우고, 한 번 본 숫자를 오래 기억한다. 이런 재능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 하는데, 조선조 도화서 화원들은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사진사 구실을 했다. 그들은 통신사를 수행하며 외국의 문물을 기록했다.
이스라엘 9900부대는 `레인 맨`들이 일하는 `영상분석팀`이다. 정찰기가 찍은 항공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그 `미묘한 변화`를 읽어낸다. 일반인들이 감지 못하는 변화를 그들은 천재적 암기력과 분석력으로 봐낸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 하마스가 한 운동장에 비밀무기를 몰래 묻었는데, 레인 맨들이 사진 판독을 통해 이를 알아내 폭파시켰다. 군은 인재를 얻고, 자폐증 환자는 직업을 얻은 것.
학교 공부에는 별 재주가 없지만 불경(佛經)은 한 번 읽으면 그대로 다 외우는 스님도 있고, 어떤 길고 복잡한 곡도 한 번 들으면 피아노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모차르트가 있었고, 시각장애와 뇌성마비를 앓은 메슬리 램키도 그런 천재 음악가였다.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말레이시아의 화가 펑리안(21)은`색채의 마법사`라 불리운다.
우리나라에도 자폐증 환자로서 화가의 길을 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를 독창적으로 그려낸다. 예술이란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창작`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인슈타인 병`이란 것도 있다. 다른 것은 다 서툰 `발달장애`인데 꼭 한 분야에서만은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김홍식(18)군은 연도와 날짜를 대면 1초도 안 돼 요일을 계산해내는`수학과 컴퓨터 천재`이다. 김군은 올해 3월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다. 이런 천재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개천의 용`을 발굴하는 일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