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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사기대출 안동축협 직원 대구서 검거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6-01-12 02:01 게재일 2016-01-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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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갈수록 늘어 수십억<BR> 안동판 `조희팔 사건` 번지나<BR>축협 “명의도용 2억 달해”<BR>피해자들 “10억 넘을 것”<BR>사채시장서도 차용 줄이어<BR>연계 피해 40억 훌쩍 넘어
▲ 11일 오후 4시 10분께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검거된 안동축협 대출담당 이모 씨가 안동경찰서에 압송된 뒤 조사를 받고 있다. <br /><br />/권광순기자
▲ 11일 오후 4시 10분께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검거된 안동축협 대출담당 이모 씨가 안동경찰서에 압송된 뒤 조사를 받고 있다. /권광순기자

속보 = 고객 명의로 수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안동축협 직원 투자사기 사건<본지 7일자 4면 보도>이 지역 사채시장에도 연결돼 유사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드러난 피해금액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축협 직원 이 모씨가 11일 오후 4시 대구에서 전격 검거돼 안동경찰서로 압송되면서 안동판 `조희팔 사건`으로 번질 조짐이다.

◇축협 전반적 감사 않아 빈축

안동봉화축협은 지난 7일 고객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한 문제의 축협직원 이 모(41)씨에 대해 경찰에 고발했다. 축협 측은 지난 4일부터 검거된 이 씨가 근무했던 풍산지점을 상대로 농협경북지역본부가 감사를 진행한 결과, 이 씨가 지인과 친척 명의로 2천만~3천만원씩 자필을 도용해 대출한 금액이 총 7건에 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10억대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친척이나 친구, 지인 등 대부분의 대출자들이 이 씨와 동의하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등 합법적으로 대출했다는 이유로 축협 측이 전반적인 감사를 하지 않고 말썽이 된 부분만 경찰에 고소한 것.

축협 측은 이 씨의 개인 일탈행위라며 선을 긋고 있다. 자칫 축협 측이 감사를 제대로 진행할 경우 일일이 수백건에 해당하는 대출 대상자를 상대로 이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실을 고백해 달라는 셈이어서 이 자체가 금융신뢰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협 측은 이 씨가 한참 범행을 저지를 시기인 2014년에 대출실적 우수사원으로 포상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시장 피해액도 눈덩이

축협 대출사기 외에도 검거된 이 씨가 같은 방법으로 사채시장에서 수십억원을 빌려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주된 수법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접근해 거액을 빌리도록 알선한 뒤, 그 돈을 투자금으로 되가져 간 것. 2천만원을 차용해 자신에게 투자하면 시중 은행보다 8배 높은 600만원을 이자로 준다고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이다.

▲ 한 투자사기 피해자가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려 축협직원에게 건넨 뒤 작성한 차용증.
▲ 한 투자사기 피해자가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려 축협직원에게 건넨 뒤 작성한 차용증.
지난 9일 오후 안동시 옥동 한 식당에 축협직원 이 씨에게 사기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모인 피해자들은 약 40여명. 이들은 적게는 3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6천원을 사채시장에서 차용 후 빌려줬다며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액만 40억원이 훌쩍 넘었다.

이들은 자영업자와 주부 등 이 씨의 오랜 지인들로 이 씨가 직접 차용을 알선한 후 투자금으로 빼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체장애인 아버지를 홀로 돌보는 20대 초반 가장의 경우도 3천만원을 빌려줘 사정이 더욱 딱하게 됐다.

피해자 A씨는 “금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데다 자기 능력으로 대출을 높게 잡아줄 수 있고 타은행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고 해서 더욱 믿을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 씨를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에 해당 축협을 대상으로 대출심사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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