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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스러운 대국(大國)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7-20 02:01 게재일 2016-07-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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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국제재판에서 참패하자 필리핀이 기세를 올린다. EU에서 영국이 떠나는 브렉시트(Brexit)처럼 필리핀 네티즌들은 China Exit(첵시트·Chexit)운동을 벌인다. “중국은 이웃 국가 괴롭히기를 그만두라” “중국은 필리핀 영토에서 나가라” “서필리핀해(남중국해)는 너희 것이 아니다” 이런 글들이 해외 동포들에게 전달된다. 일본 외무성 기시다 후미오 장관도 응원한다. “영토분쟁 국제재판소 판결은 당사국 사이에 구속력을 가진다” 했다. 독도를 염두에 둔 말이 아닌가 싶다.

필리핀 어선들이 국제 중재재판소의 판결 후 서필리핀해에 조업을 나갔다가 중국 해경이 막는 바람에 되돌아왔다. 어선에는 필리핀 취재진이 타고 있었다. 힘으로는 안 되지만 국제여론의 위력을 빌려서라도 덩치 큰 나라에 맞서 보려는 것이다. 중국은 괘씸죄를 씌워 보복을 시작했다. 필리핀은 중국에 망고를 주로 팔아왔는데, 중국의 `애국 네티즌`들이 망고 불매운동을 벌인다. “이제 태국산 망고를 먹자” “필리핀인들을 굶어죽게 만들자”란 글을 날리는데, `관변 댓글부대`들이 “맞다. 잘 한다” 맞장구를 친다.

중국의 소인배 근성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대만이 독립당의 차이잉원 총통을 뽑자, 중국은 대만행 관광객 수를 30%나 줄여서 `치졸한 복수`란 비난과 함께 “덩치값도 못하는 좀상” 소리를 듣는다. 일당독재국가인 중국은 정부와 민간이 한몸으로 움직이는데, 대형 여행사들은 대부분 국영이다. 대만인 걸그룹 멤버 쯔위가 대만국기를 흔들었다 해서 중국은 “한국 걸그룹은 중국에서 공연할 수 없다” 했다. 중국 영화에 주연배우로 캐스팅됐던 대만 배우 다이리런은 “반중 성향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중도 하차당했다.

지난해 해외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이 이집트와 시리아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언론통제, 자유 옹호 인사 탄압 등으로 인권과 법치에서 멀어지는 조국을 등진 난민들이다. 중국이 아무리 맷집이 좋아도 국제여론의 몰매를 견디기는 어려울 터인데….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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