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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방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8-11 02:01 게재일 2016-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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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66㎏급 안바울 선수의 메달 색깔이 `흰색`일 수는 없었다. 그는 황금색에 99% 다가가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했고, 완벽하게 진행됐었다. 그런데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한 순간의 방심때문이었다. 안 선수의 천적은 일본의 마사시였다. 안은 그에게 두번씩이나 패한 적이 있었다. 안 선수는 집중적으로 마사시를 연구했고, 연장 27초 만에 되치기로 `유효`를 따내 이겼다. 숙적이라는 태산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 왔다!” 안도하는 마음에 마(魔)가 끼었다.

결승전에서 만난 선수는 이탈리아의 파비오 바실 선수. 그는 세계랭킹 26위였다. 1위인 안 선수로서는 `간단한 상대`일 수 밖에 없었다. 그 한 순간의 방심이 “태산준령을 넘어온 안 선수가 평지에 와서 넘어진”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경기 시작 1분 24초 만에 바실은 업어떨어뜨리기로 안을 바닥에 눕혔다. 어이없는 `한판`을 내어준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바둑 초단이 9단을 불계승으로 물리친 것이나 같았다. 이 기막힌 현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듯 안은 한동안 경기장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큰 성취 다음 순간이 가장 취약한 시점`. 자만이라는 `마`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남자 축구 C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한국은 독일을 맞아 `선제골-동점골-추가골-또 동점골-그리고 추가골`이라는 주고받기를 이어가면서 3:2를 만들었다. 남은 시간은 로스타임 3분이었다. 8강 진출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다음에 맞을 멕시코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8강에 오르는 것이다. 선수도 응원단도 그렇게 믿었다. “한국이 강적 독일을 이겼다”는 그 감격이 너무 일찍 왔다. 여기에 또 마가 끼었다. 추가시간 1분을 남기고 독일의 프리킥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3:3 비기고 나니 당장 멕시코라는 철벽이 앞을 막아 선다. 멕시코와 최소한 비겨야 8강에 오른다.

동·서양의 역대 현자(賢者)들이 한 목소리로 방심과 자만을 경계한 이유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것이 어찌 스포츠계만의 일이겠는가.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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