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국경 없는 온정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9-09 02:01 게재일 2016-09-09 19면
스크랩버튼
남태평양 호주 인근에는 좁쌀만한 섬이 많은데 한때 영국, 프랑스가 가지고 놀았으나 지금은 독립해서 명색이 `국가`다. 이 작은 섬나라 중에는 면적이 부산시만한 `바누아투 공화국`이 있다. 최근 이곳에 근사한 유치원이 들어섰다. 우리 돈 4억원으로 지은 2층 집이다. 부산 사람 고계석(51)씨는 현대중공업 과장인데, 2014년 겨울 경주에서 딸을 잃었다.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질 때 딸 `혜륜`이 숨졌다.

“선교사가 되어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는 딸의 염원을 위해 `혜륜유치원`을 지은 것이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딩하라` 등 `자기계발서`로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지성(42)씨는 20대 시절 빈민촌에 살던 뼈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캄보디아로 갔다. 구호단체와 함께 `굶주림 해결사`가 되었다. 그는 또 인도, 시리아 같은 최빈국에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는데, 이미 18개의 학교를 지었다. “인간다운 삶이란 혼자 잘 사는 웰빙인 줄 알았는데 남을 돕는 삶이 진짜 웰빙이고 자기계발이란 것을 깨달았다” `깨달은 자`를 `부처`라 부른다.

1377년(고려 우왕) 충청도 청주 흥덕사에서 `세계사적 사건`이 벌어졌다.`직지심체요결`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찍어낸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42줄짜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이다. 전에는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찍는 `목판본`뿐이었으나, 쇠를 녹여 만든 활자로 책을 찍어내는 출판혁명을 흥덕사가 역사상 최초로 해냈다.

청주시는 이 대사건을 기념하는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열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등 11개국에서 35개팀이 참여했다.

그런데 상·하(上·下)권으로 된 이 `직지`(直指) 원본이 국내에 없다. 상권은 실종됐고 하권은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다. 미국인 리처드 페닝턴(63)씨가 “구한말 프랑스 외교관이 가져갔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뺏은 것이나 같다.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맹렬히 `직지 반환운동`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인정이 국경을 넘나든다.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