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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닥이 화근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0-10 02:01 게재일 2016-10-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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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당(後唐) 시절 풍도(馮道)는 재상에 올라 무려 열 한 명의 임금을 모셨다. 그는 설시(舌詩)로 처세술을 말했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어디 있든 몸이 안전하리라” 언행에 신중하라는 이 교훈을 악용한 사람이 연산군이다.

사람들이 하도 자기를 욕하니 `설시`를 나무 판자에 써서 목에 걸고 다니게 했다. 이 개목걸이가 `신언패(愼言牌)`였다. 문제는 자기의 언행에 있는데, 신하와 백성들의 입만 단속했다.

우리 속담에도 “나무 잘 타는 놈 나무에 떨어져 죽고, 헤엄 잘 치는 놈 물에 빠져 죽는다” 했다. “말 잘 하는 놈 제 혓바닥에 다친다”는 속담도 조만간 만들어질 조짐이다.

정치문제를 소재로 재담을 하는 폴리테이너(politainer·정치연예인)도 있고, 막말로 잠시 재미를 보지만 결국 화를 자초하는 정치인들도 있으니 “혓바닥이 제 몸을 베는 칼이란 말이 맞다”고 한다. `인격장애인` `성격파탄자` `시정잡배의 험구` `패륜아의 말``호박구덩이 입` 그런 비난들이 다 `입과 혀`에서 비롯됐다.

“세치 혀(三寸舌)는 백만 대군보다 강하다”란 말도 있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말 잘하기로 유명한데, 설득으로 합종연횡을 이끌어냈고, 시인 H·W·롱펠로는 “말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슴에 수십년간 화살처럼 꽂혀 있는 것”이라 했다.

폴리테이너 김제동씨는 2009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뒤 친노 핵심 인사가 됐고, 토크콘서트 등에서 정부여당을 집요하게 비판해서 야당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래서 “저 사람, 야당 국회의원 자리 굳었다”는 말도 나왔다. `전투요원·행동대원`으로 적격이기 때문.

그러나 지어낸 이야기를 `직접 체험한 일`처럼 `폭로`했다가 거짓말임이 들통나니 “웃자고 한 말”이라고 둘러대다가 더 역풍을 맞았다.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란 명언이 딱 들어맞는다. 말 잘 한다고 함부로 혓바닥 놀리다가 제 자신이 다쳤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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