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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농삿길 막은 말뚝… 산주-주민 마찰

손병현기자
등록일 2016-11-28 02:01 게재일 2016-11-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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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와룡면 가구리 농로<bR>`개인자산` 이유로 통행제한<bR>주민들 농사일 차질에도<bR>소유주, 대화·만남 거부<bR>`교통방해죄` 적용 가능해

▲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의 한 마을의 폭 3~4m 비포장도로에 비계를 연결해 땅에 박고 깊이 30㎝, 폭 1m가량의 구덩이를 파는 등 차량과 경운기의 통행을 못하게 막아놨다. <br /><br />/손병현 기자
▲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의 한 마을의 폭 3~4m 비포장도로에 비계를 연결해 땅에 박고 깊이 30㎝, 폭 1m가량의 구덩이를 파는 등 차량과 경운기의 통행을 못하게 막아놨다. /손병현 기자
“이웃사촌 땅 사면 배 아프다더니, 조상 대대로 다닌 길을 무작정 막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안동의 한 산주(山主)의 가족이 수십 년간 농사를 짓기 위한 도로에 구덩이를 파고, 말뚝을 박는 등 통행을 제한하자 농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4일 안동시와 농민들에 따르면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의 한 마을의 폭 3~4m 비포장도로에 산주가족이 비계(공사용 쇠파이프 가설물)를 연결하고 깊이 30㎝, 폭 1m가량의 구덩이를 파는 등 차량과 경운기의 통행을 막았다.

이 땅의 실제 소유주는 타도시에 거주한다.

그러나 동생 A씨(50)는 10월말부터 통행을 막고 `통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안내판을 내걸었다.

산과 농지 경계선상에 위치한 이 길은 100년 가까이 마을 주민들이 실제 농로로 이용한 현황도로다.

현황도로란 실제 도로로 이용되고 있지만, 지목이 도로가 아니거나 소유주가 개인인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산주 동생 A씨가 지목이 농로가 아니라 개인 자산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막아 버린 것.

문제의 발단은 2년전 이 농로와 연결된 논을 매입한 B씨(48·여)가 최근 논과 농로 일부를 콘크리트로 타설해 그 위에 창고형 주택을 지으면서 시작됐다.

▲ 산주의 동생이 내건 `통행을 제한`한 이유 내용이 담긴 안내판. <br /><br />/손병현 기자
▲ 산주의 동생이 내건 `통행을 제한`한 이유 내용이 담긴 안내판. /손병현 기자
B씨는 “누구나 이용하는 길이어서 주인이 없는 땅으로 생각했다”며 “땅 소유주와 A씨는 대화는 커녕 만나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땅을 막았다”고 하소연 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농기계나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면서 농민들이 수확한 농작물을 수레로 운반하는 실정이다.

또 추수를 제때 못하거나 추가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들의 불만이 크다. 이와 관련된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안동시는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 와룡면사무소 관계자는 “지역의 모든 현황도로 가운데 특정 토지만 사들일 수도 없고 시비로 임대료를 지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실질적인 토지 소유자를 불러 대화로 해결할 것을 설득했지만, 소유자 가족이 거부하는 바람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를 폐쇄한 땅주인에게 교통방해죄로 벌금을 부과한 판례도 있다. 2011년 춘천에서 이웃 주민에게 통행료를 달라고 했다가 거부당하자 길을 봉쇄한 땅주인에게 관할법원은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개인 소유 토지라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교통 목적으로 이용 중인 도로라면 폐쇄 시 형법상 일반 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법조인은 “과거부터 땅주인이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하지 않고 해당 토지가 오랜 기간 주민들이 이동 수단으로 도로로 사용됐다면 농사나 건설 관련한 모든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으로 배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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