暗(암)
직격탄 맞은 닭·오리고기 전문점 손님 발길 `뚝`
“연말특수 물 건너가” 울상… 업종 변경까지 고려
#1. 22일 포항시 남구 이동의 A 닭갈비 전문식당. 벽에 걸린 시곗바늘은 낮 12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아직 이날 첫 손님을 맞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점심식사를 하려는 인근 회사 직장인들로 북적이거나 주부 단체손님들로 정신없이 바쁠 시간이다. 주변 상권의 오리고기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전에는 식사때마다 10여개의 테이블이 거의 다 찼지만, 요즘엔 온종일 테이블 2∼3개가 전부다.
明(명)삼겹살 등 돼지고기 취급식당 `반사이익`으로 북적
콜레라 여파로 고전하던 횟집도 오랜만에 `웃음꽃`
#2. 같은 시각 이곳에서 100m 남짓 떨어진 중국코스요리 전문점 B식당은 북새통을 이뤘다. 주차장은 만차인데다 이미 식사를 마친 사람들과 때마침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출입문에서 맞부딪힐 정도였다. 주변의 국밥집, 고깃집, 파스타 전문점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종 모임이나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포항시 내 닭·오리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속앓이 중이다. 연말 각종 모임이나 약속 등으로 한창 영업특수를 노릴 수 있는 시기이지만, AI 파동에 닭고기, 오리고기 전문식당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1월말 AI 발생 초기만 해도 `고기를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의식이 퍼져 닭·오리 고기 식당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태가 번지고 최근엔 서울대공원 황새마저 폐사하는 등 AI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닭이나 오리 고기를 찾는 시민들이 서서히 줄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반응이다. 치킨 전문점에는 닭고기가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따져 묻는 소비자들도 있다.
북구 양덕동에서 5년간 오리고기 전문점을 운영해온 구모(56)씨는 업종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부터 점심 때도 식당을 찾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다음주에 예약된 단체손님들이 돌연 취소 전화를 하기도 했다. 급한 대로 이번 주말부터는 찌개 등 식사메뉴를 추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AI에 따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해마다 이 난리를 겪는 게 힘들어 아예 내년에는 다른 업종으로 바꾸든지 해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AI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식당들은 연말 특수에다가 반사이익까지 봤다.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등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콜레라 발생 여파를 맞았던 횟집, 중국집으로 손님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북구 두호동의 한 횟집 주인은 “근래 매출이 10%가량 올라 장사할 맛이 난다”며 “한동안 콜레라에 이어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손님이 줄어 걱정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AI 때문에 횟집으로 오는 것 같다. 가족단위 손님이나 직장인 송년 모임으로 예약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중국집에서 부부동반 모임이 잡혀 있는 주부 이모(53)씨는 “지난해에도 그랬고 연말이면 주로 오리불고기 식당에서 모였는데 올해는 다른 사람들도 찝찝하다고 해서 불가피하게 장소를 변경했다”며 “너무 민감하게 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AI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으로 보여 아무래도 먹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한편, AI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포항시는 AI대응 상황반을 운영하고 야생조류 서식지에 대한 일일예찰을 시행하는 등 대응강화에 나섰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