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가끔 북한을 `럭비공`이라 하는데 트럼프도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이 수법을 요긴하게 써먹었고 최근 외교에도 성과를 냈다. 미 해군이 필리핀 해역에 설치해둔 `수중 드론`을 중국이 들고 가자, 트럼프는 “그것을 내놔라” 하지 않고 “우리는 그것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 했다. 중국은 “저 자가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나?”불안해서 얼른 돌려주었다.
이 미치광이 전략의 원조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1969년 당시 소련이 북베트남 호치민을 지원하자 닉슨은 유럽, 동아시아, 중동 주둔 미군에게 `핵전쟁 경계령`을 내리면서 “나는 화가 나면 자제력을 잃고 항상 핵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란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자 소련은 지레 겁을 먹고 “협상하자”했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대만 총통과의 통화·친러시아 성향의 국무장관 발탁·한국 방위비 시비” 등도 `고도로 계산된 미치광이 이론`에 입각한 발언이라 여겨진다.
트럼프는 대선 때 여러 차례 “한국 일본이 핵을 가지는 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절대 불가` 딱지를 붙인 일인데 트럼프가 이를 뒤집는다. 또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해왔지만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에 비협조적인데, 우리는 왜 그 원칙을 따라야 하나” 하더니 급기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10분간이나 정치 경제 외교 문제를 놓고 통화를 했다. 양국 관계가 얼어붙은 것을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긴장시킨 일이다.
트럼프가 “미국은 핵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란 발언을 내놓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놀라서 “핵무기 부대를 강화해야 하겠다” 했다. 옛 소련은 미국과 군비경쟁을 하다가 경제를 주저앉힌 아픈 역사가 있고, 트럼프도 핵경쟁에 돈을 쓸 생각이 없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도를 넘고 있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