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TV화면 통해 선체 내부 확인<BR>수색상황 보고 받으며 소식 기다려
“우린 지금 아무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내 가족이 타고 있었던 배라도 온전히 보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침몰 안되게 예인해주길 바랍니다.”
11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경북선원노동조합 2층 사무실.
입구에는 전날 밤 피운 듯한 향로와 석유통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사무실 안 10여명의 사람들은 바닥 매트리스에 앉아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일부는 탁자 주위에 모여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었다. 밤을 지새운 듯한 옷차림과 퉁퉁 부은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새삼 이들이 누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가족들은 더는 눈물을 흘릴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간절히 기다렸다.
정오가 넘어서자 가족들은 바로 옆 건물인 구룡포해양경비안전센터로 향했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해경 관계자 10여명을 만나 사고 이후 이 시각까지의 수색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무실내 TV화면을 통해 잠수대원들의 수색활동 모습이 나왔고 가족들은 바닷 속에 잠겨 있는 선체 내부를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확인했다. 이불을 비롯한 부유물들이 눈에 띄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영상 내내 산소통으로 호흡하는 구조대원들의 숨소리만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경비함정 6척, 어선 32척 등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기상악화로 인해 수색작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10여분간의 영상을 확인한 이후 해경 관계자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수색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17일까지 기상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해경 측의 설명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새어나왔고 조용히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는 가족도 보였다.
해경 측은 이어진 브리핑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기관실과 침실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고 밝혔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조타실 아래쪽 공간을 확인했는지 여부를 물었고 해경 측은 “선장의 증언에 따르면 조타실에는 선장만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답변했다. 또 “선박 충격으로 인해 조타실 내부 구조물 등이 무너져 있는 상태이고, 잠수대원들도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유리를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경 측은 배가 가라앉을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배가 뒤집혀 있는 상태이며 이 상태로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소식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걱정이 된다”며 “가족들에게 매시간 상황을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해경 측에 요구했다. 해경 측은 이에 따라 1시간 마다 상황을 전달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0일 오후 2시 5분께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동방 22마일(35.4㎞) 해상에서 원목운반선 인스피레이션 레이크(2만3천269t·홍콩 선적)와 채낚기 어선 209주영호(74t·승선원 7명)가 충돌해 주영호 선원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이바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