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구제역·사드·공항이전 등 道현안 산적한데<BR>김지사 어제도 간부 수십명과 상경 신년교례회<BR>연말 지나 열려 내주 `용포럼` 출범 맞춘 모양새<BR>“단체장들 너도나도 대권… 지역 행정공백 뻔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대권을 노리는 광역자치단체장의 행보에 “지나치다”는 도민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지사의 경우 전국적 재앙인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은 물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대구공항 이전 문제 등 경북의 이익과 직결된 현안들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동떨어진 행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광역자치단체장이 `대권 올인`을 선언하면서, 경북도와 경기도·충남도 등은 도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출마를 한 상황이 아니고, 공백은 없다”고 강변해왔지만, 행정 수장의 잦은 부재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특히, 지역에서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원희룡 제주지사 등과 비교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8일 경북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장들이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란 식으로 대권 도전을 `꽃놀이패` 디딤돌로 삼는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면서 “지난해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창궐하는 마당에, 도지사가 패를 쥐고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것은 구미시장 3선·도지사 3선을 역임한 원로답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신축 청사에 정작 도지사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관용 경북지사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주최의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다. 더욱이 경북도 간부공무원 40여 명도 버스 2대를 이용해 대거 상경했다.
김상철 정책기획관을 비롯해 박성수 자치행정국장, 김원석 환경산림지원국장, 이재일 복지건강국장, 양정배 건설도시국장, 권영길 동해안발전본부장 등 대다수의 간부공무원이 상경했고, 이용규 사회재난과장과 이경기 환경정책과장 등 최근 AI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처 과장들조차 빠지지 않았다. 안동에서 서울까지 4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북도의 오후 업무는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진 셈이다.
더욱이 재경 대구·경북시도민회 신년교례회는 매년 관례대로 한 언론사와 이미 지난 1월초 개최됐었다. 시도민회 측은 “지난해 시국이 어지러워 개최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관용 지사의 대선 출마와 무관하지 않다는 근거들이 많다. 다음 주 예정된 김 지사 측 `용포럼`의 사전 작업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특히, 도가 AI 창궐을 이유로 정월대보름 행사 등 최근 정국으로 실의에 빠진 민심을 북돋울 수 있는 축제마저 자제를 유도해온 현실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일과 2일 TV조선과 신동아 등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3일에는 국회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인터뷰와 오찬자리에서는 경북도 관련 보다는 대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다. 8일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김관용 지사의 홍보 업무 상당수는 도지사 비서실과 대변인실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사의 업무라는 것이 명확하게 `이것이다, 저것이다`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대선 출마를 하지 않은 시점에서 지사님의 업무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충남도의회에서는 안희정 지사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일 충남도의회 이종화 도의원은 “많은 도민께서 도정 공백으로 인한 도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며 “210만 도민은 지사의 권력 욕심을 채우기 위한 소모품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는 도내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시장 및 군수, 실·국장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고 힐난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홍역을 앓았다. 남 지사의 대선 캠프에서는 경기도청 기획조정실 소속 사무관 두명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검사역으로 재직 중인 간부가 활동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는 해당 공무원의 사표를 제출받았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김경숙 부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남경필 지사는 대권욕에 빠져 도정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천300만 경기도민이 남 지사를 도지사로 뽑은 이유는 도정을 잘 돌보라는 것이지, 자신의 대권 욕심을 채우라는 것이 아님을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며 “남 지사는 자기인식이 결여된 무책임한 비난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겸허히 반성하는 자세로 도정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