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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암살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2-22 02:01 게재일 2017-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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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시대를 살았던 화학자 프리츠 하버. 그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법을 발견해 농업혁명을 이루었다. 공기 중의 질소로 질소비료를 무진장 만들어냈으니 전쟁 시절에 세계 식량난을 해결한 은인이었고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1차 세계대전을 치렀던 죄로 `독가스의 아버지`란 오명도 얻었다. `질소고정법`은 양날의 칼이었다. 이 방법으로 독가스도 만들었고, 나치는 인류 최초로 전쟁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독일이 화학무기를 개발하자 영국도 바로 따랐고 두 나라가 만든 독가스는 22가지나 되었다.

화학무기가 등장한 전쟁은 너무 비참했다. 이러다가 인류 전체가 멸망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 속에서 결국 유엔은 “전쟁에서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프리츠 하버의 영광은 묻히고 오명만 남았을 무렵, 그는 조국 독일에서 추방됐다. 히틀러는 유대인인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 아우슈비츠의 독가스실에 집어넣지 않은 것만도 `질소비료 공로`에 대한 `배려`였다. 프리츠 하버 자신이 바로 독가스 자이클론B를 만들었고, 동족 유대인 수백만명을 살해한 공범이었다. 그는 1934년 스위스로 추방됐고 다음해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

독극물은 정적 살해에 빈번히 사용되었다. 불가리아의 반체제 인사 마르코프는 런던 망명 중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우산 끝에 찔려 사망했다. 뾰족한 우산 끝에 독성물질 리신이 발려 있었다.

팔레스타인의 지도자 아라파트와 반체제 인사 리트비덴코는 방사성물질 폴로늄이 든 차를 마시고 고통스럽게 서서히 죽어갔다. 호텔 커피숍에서 옛 동료를 만나 마신 차에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었다. 체내에 들어간 폴로늄은 주요 장기와 면역체계를 파괴, 원폭 피해자처럼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김정남은 청산가스 스프레이에 의해 사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g이면 숨통이 막힌다. 사린가스는 청산가스보다 독성이 500배 높은데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뿌린 것이다. 독극물 암살범을 극형에 처하는 국제법이 제정돼야 하겠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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