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21세기형`가짜뉴스는 더 이상 동요나 입소문을 통해 퍼지지 않는다. 가짜뉴스는 누구나 쉽게 보고 접하는 신문기사처럼, `진짜 뉴스`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이렇게 감쪽같이 변장한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기만 하면 쉽게 유통·확산된다. 대중이 뉴스를 접하는 채널이 신문·방송에서 포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업들은 `디지털 뉴스 중개자`로 부상하는 동시에 가짜뉴스의 온상지가 됐다. 가짜뉴스가 무서운 것은 놀라운 확산속도와 확산범위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기간 중 가짜뉴스가 공유된 수는 870만건이었다. 이는 주요 언론사 뉴스의 페이스북 공유수인 730만건을 넘는 수치다.
최근 SNS 등을 중심으로 `4월 한반도 위기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라시 수준에 불과한 가짜뉴스”라면서 “믿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런 뉴스들이 가짜뉴스로 치부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한반도를 떠난 지 보름여 만에 갑자기 경로를 바꿔 15일께 한반도 인근에 도착할 예정이고, 미국이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땐 격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동맹국들에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외국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뉴스인 지 알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다. 2016년 옥스포드사전이 세계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한 이유가 실감나는 요즘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