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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사치”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05-10 02:01 게재일 2017-05-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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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들의 고용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반가운 소식일까 아니면 왜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자리가 있어 좋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생계형 노인 취업이 많다면 반드시 좋은 현상은 아닐 것 같다.

OECD 회원국 중 60대 노인 고용률이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우리의 처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슬란드는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이 38.7%로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 그러나 70세에 들어서면서 고용률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말하자면 60대까지는 일을 하지만 70대에 들어서서는 일을 하지 않는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가난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이슬란드의 노인 빈곤율은 3%다.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고용률은 65세 이상일 경우 회원국 중 2위, 75세 이상일 경우 회원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가 70대 고령에 들면서 일손을 놓는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더라도 일손을 놓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55~79세 노인 대상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1.2%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 58%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는 생계형 노인이 아직 다수임을 느끼게 한다.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짧은 복지 역사와 노인복지에 대한 보장이 넉넉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현재 20만원 수준의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대부분 제대로 된 재원 방안을 내놓지 못해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일하는 노인이 많은 나라 한국에서 은퇴는 사치일까.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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